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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94% 감소에 동박 위기?…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일시적 수급 불균형”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가 지난 7월 롯데호텔월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성장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전기차용 2차전지(배터리) 동박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암울한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것이 시장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2024년 이후 북미와 유럽 시장 회복에 따라 판매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3년 2분기에 매출 1982억원, 영업이익 15억원, 당기순손실 7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4% 감소하고 당기손익은 적자전환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동박은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주요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터리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동박의 수요도 매년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7월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회사가 하이엔드 동박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수주잔고 15조원, 2025년까지 20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2023년 2분기 실적 中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7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박인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경영기획본부장 전무는 “상반기에 시장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면서도 “실적 부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중국 동박 업체들의 급격한 증설로 인해 글로벌 동박 시장에 공급 과잉이 발생한 상황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의 주요 타깃 시장인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동박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했단 분석이다. 최근 수요를 만들 유럽 신생 배터리 제조사들의 신규 증설이 2~3년 정도 지연된 데다가, 북미에서 신·증설되는 공장들도 당초 계획 대비 가동률 증가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반면 공급자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비롯한 한국 동박 제조사들의 증설은 단기간에 선제적으로 이뤄지면서 추가적인 공급 과잉, 수요 불균형으로 인한 이익 감소 영향이 커진 것. 회사는 현재 상황이 2024년부터 점차 개선되며, 각종 신·증설이 본격화되는 2025년부터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맞춰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끌어 올리되 글로벌 고객들과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판매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주력 판매 제품으론 ‘하이엔드 동박’을 고수한다. 하이엔드 동박은 굵기 6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초극박이면서 동시에 고강도, 고연신의 특성을 만족하는 제품이다. 첨단 기술력 기반으로 판매 이익이 높은 고부가제품에 속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타깃인 유럽의 신생 배터리 제조사들은 시장 내 차별화 측면에서 하이엔드 제품을 선호하며, 2025년 이후 이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 2028년에는 하이엔드 동박 수요가 연간 22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회사의 생산능력이 연간 6만톤인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시장 규모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북미 등의 전기차 제조사들도 지리적 특성상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고성능 배터리를 필요로 해 하이엔드 동박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동박 시장 성장 전망 그래프.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 같은 전망에 따라 투자 감축보단 예정된 투자를 지속, 혹은 확대하며 시장 성장에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실적발표 이전에는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에 총 56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톤 규모의 하이엔드 동박 공장을 짓는 스마트팩토리 부지정지 작업을 하반기에 시작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당초 2024년 2만5000톤 규모의 공장을 짓는 것에서 현지 고객사 수요를 고려해 규모를 확장한 것이다.

다만 단기적 실적 부진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선 “시장 급변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판매량과 수익성 확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예상 실적 가이드는 없었다. 국내 익산 공장의 경우 동박 생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료의 최근 인상으로 생산부담이 커지고, 한국 법인에서 영업적자가 발생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박 전무는 “전기료는 구리 가격처럼 고객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며 “관련 비용은 우리가 생산성 확대로 흡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거점인 말레이시아 공장의 경우 올해는 수급 상황이 좋지 못한 데다가, 2만톤 규모의 전체 생산능력을 가동하지 못해 역시 수익성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익산 공장은 범용보다 하이엔드 동박, 반도체용 초극박 등 고부가제품 중심 생산에 주력하고, 가격 경쟁 중심의 제품은 말레이시아처럼 원가경쟁력이 높은 공장에서 전환생산을 추진하려 노력 중이라 밝혔다.

박 전무는 “지난해와 올해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지만, 전체 동박 업계의 증설을 고려해도 2024년부터는 수요가 다시 공급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2024년부터는 공장의 전체 생산 능력 가동이 시작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수요초과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회사의 생산량도 2분기보다는 3분기, 3분기보다는 4분기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 회사의 목표 수주잔고 확보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연내 목표 수주잔고 15조원 중 이미 확보된 건이 약 10조원에 달한다. 장기계약 체결 후 고객사의 이견이 없다면 단일계약 공시를 별도로 진행하겠단 방침이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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