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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카본 투 그린' 첨병 'SK온·SKIET'...그린성장 '풀악셀'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 기조연설에서 김준 부회장이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 기조연설에서 김준 부회장이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전사 체질개선 프로젝트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탄소에서 친환경으로)'의 핵심 동력인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 안착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배터리 쌍두마차'인 양사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에너지 회사 전환 목표 달성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21년 7월 회사의 파이낸셜 스토리 핵심 키워드로 카본 투 그린을 제시하고 향후 5년간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꼽은 건 '2차전지(배터리)'다.

지금의 배터리는 전세계 친환경 전환 패러다임을 이끄는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내연기관차가 그간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해온 반면, 배터리가 동력원인 전기차는 운행 중 탄소 배출량이 제로(0)다. 자동차를 넘어 항공과 해양 분야에서도 배터리 활용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각국이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라 불리는 일종의 설치형 대형 배터리에 비축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를 응급 시 가정용 대체 전력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V2H(Vehicle to Home) 기술이 최근 해외 완성차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개발되는 등 저탄소 시대의 배터리 활용처와 산업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60년 업력의 석유화학 회사였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 카본 투 그린 역점을 두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매출에서 정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올해 2분기 전사 매출 18조7272억원에서 정유 매출은 10조7000억원으로 비중은 57.3%에 달한다. 기타 화학 사업 매출을 더하면 비중이 80%까지 오른다. 배터리(SK온) 및 소재(SKIET) 매출 비중은 아직 20% 수준이다.

하지만 잠재력은 후자가 더 명확하다. 화석에너지가 지난 수십년간 인류 산업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엔 이제 물음표가 따른다. 기본적으로 고갈이 예정된 자원이라는 점과 사용 중 배출되는 탄소는 지구온난화 위험이 임계점에 이른 현시점에서 화석에너지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는 전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력은 각종 자연 에너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무한히 생산 가능하며 일부 발전 방식을 제외하면 탄소 배출 규모가 작다. 기업이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측면이라면 뜨는 해는 더이상 석유가 아닌 배터리인 셈이다. SK온과 SKIET가 SK이노베이션에서 차지하는 당장의 매출 비중과 별개로 회사와 투자자들이 양사에 보내는 관심과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보릿고개 넘어선 SK온...가까워진 '봄'

이에 부응하듯 적자였던 양사의 사업 실적은 매 분기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였던 SK온은 ‘보릿고개’를 거의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수주산업인 배터리업의 특성상 사업 초기에는 생산설비 증설 및 수율 안정화까지 수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SK온이 300조원에 가까운 수주잔고에도 그간 적자를 면치 못한 이유다.

대신 SK온은 이를 감수한 '압축성장' 전략을 택했다. 결과는 좋았다. 적자와 별개로 적어도 매출 성장률은 매년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7조원)은 전년동기 대비 174% 급등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86.1%), 삼성SDI(27.3%)와 비교해 크게 앞선 수준이다.

SK온 실적변화 추이 [ⓒ SK이노베이션]
SK온 실적변화 추이 [ⓒ SK이노베이션]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제기됐던 해외 공장들의 수율도 상당 부분 안정권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1분기 3447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이 2분기에 131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기업의 실제 이익지표인 에비타(EBBITA, 감가상각 전 이익)에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추세라면 2024년에는 SK온이 예고한대로 본격적인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수익성과 자본 상황에 대한 리스크도 조금씩 상쇄되는 중이다. SK온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벌어들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이익은 1670억원 규모다. 후발주자임과 현지 생산능력(CAPA) 차이를 고려하면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AMPC 이익 2112억원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삼성SDI보다는 일찍 미국 시장에 진출해 포드라는 막강한 파트너를 확보한 덕에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삼성SDI를 앞서 있다.

자금줄은 올해 상반기에 확보한 잇따른 투자로 여유가 생겼다. 한국투자PE, MBK컨소시엄, 사우디 SNB캐피탈 등에서 각 수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포드와의 미국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약 11조8000억원의 정책지원자금을 확보했다. SK온이 당초 계획한 자금보다 많은 투자금이 조기에 확보되면서 적자 상황과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이 상당 부분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 SK온)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 SK온)

남은 과제는 수율 완전 정상화 및 공장 램프업(생산능력 확대)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관련해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김양섭 SK이노베이션 CFO는 "2025년 미국 내 SK온 생산능력이 대규모 확장될 전망이며 수익 규모는 2026년 이후 대폭 상향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흑자 전환 이후에는 기확보한 대규모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증가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SKIET '분리막 블루오션' 북미 향해 순항 중

배터리 주요 부품 중 하나인 '분리막' 제조사 SKIET의 상황도 긍정적이다. SKIET는 지난해까지 적자였으나 올해 1분기 분리막 사업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2분기에는 흑자 규모가 18억원에서 5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북미 진출 계획도 공식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SKIET의 흑자 확대는 파트너 SK온의 국내외 배터리 납품량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SKIET가 납품하는 분리막의 절반 이상이 SK온 물량이기 때문이다. SK온의 배터리 납품이 증가할수록 SKIET를 통한 분리막 주문도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이 같은 SK온 의존도는 SKIET의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북미 진출이 본격화된 이후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는 언급을 조심스러워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미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과 분리막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올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구체화하면서 "2029년까지 모든 배터리 부품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부품에 속하는 분리막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조항을 충족하고자 실제 공장 착공부터 완공 및 생산 정상화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2024년~2025년 사이엔 북미 진출을 확정하고 첫삽을 떠야하는 상황이다.

SKIET의 글로벌 CAPA 증설 계획. [ⓒ SKIET]
SKIET의 글로벌 CAPA 증설 계획. [ⓒ SKIET]

현재 북미엔 분리막 제조공장이 없다. 따라서 현지에 조기 진출할수록 부품 수급 안정화를 노리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IRA 내 견제 조항에 따라 따라 주요 경쟁자인 중국 기업들은 북미 진출이 좌절됐다. 이들을 제외하고 단기간 내에 북미 진출이 가능한 기업은 SKIET를 포함해 3개 정도로 평가된다. 이들 기업에 사실상 지금의 북미는 블루오션이나 마찬가지다.

SKIET 미국 진출 예상 타임라인 (ⓒ SKIET)
SKIET 미국 진출 예상 타임라인 (ⓒ SKIET)

시장도 양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6조6000억원이다. SKIET 시총은 6조5000억원이다. SK온은 비상장사지만 지난 6월 유상증자 당시 신주 발행가액이 주당 5만5000원으로 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시총은 24조원으로 SK온과 SKIET 합산시총을 넘어선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올해도 카본 투 그린 SK이노베이션의 변화를 안팎으로 강조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한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서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중심으로, 지난 60년간 카본 중심의 에너지를 제공해 온 저력을 바탕 삼아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난달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신입사원과 최고경영자(CEO)의 대화 자리인 ‘전지적 CEO 시점’ 행사에서는 새내기 직원들에게 “미래 주유소는 석유에서 전기를 제공하는 곳으로, 하나의 발전소 개념으로 바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시대 변화에 맞춰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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