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카르텔 지적에…내년 국가 주요 R&D 예산 14% 줄인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3조4000억원 감소한 21조5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국가 R&D 예산보다 13.9% 줄어든 것이다. 정부 예산안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16년 R&D 예산안 심의 이후 8년만이다.
이번 예산 감축은 지난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카르텔로 규정한 이후, 약 2개월만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2일 오전 열린 제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심의된 주요 R&D 예산 조정안은 기획재정부에서 일반 R&D와 함께 검토를 거쳐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정부의 총 R&D 예산은 기획재정부 검토 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먼저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21조5000억여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부진 사업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 결과 108개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3.4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국가전략기술과 해외협력 예산은 늘렸지만, 기초연구예산과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은 삭감됐다.
우선 혁신R&D에 10조원을 집중투자한다. 국가전략기술은 2023년(4.7조원)보다 6.3% 증가한 5조원을 투자하고, 이중 ▲첨단바이오(16.1%↑), ▲인공지능(4.5%↑), ▲사이버보안(14.5%↑), ▲양자(20.1%↑), ▲반도체(5.5%↑), ▲이차전지(19.7%↑), ▲우주(11.5%↑) 등 7대 핵심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확대한다.
글로벌 연대를 통한 초일류 경쟁력 확보와 인재양성에 2.8조원을 투입한다. 보스턴 바이오협력 프로젝트 등 국내외 우수그룹 간 세계최고 연구,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하는 글로벌R&D 지원을 확대한다.
젊은 연구자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선도연구 참여를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대학 등 연구시설‧장비를 글로벌 수준으로 고도화한다. 대학이 학생인건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초연구사업의 학생인건비 의무지출 비율을 상향한다.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전략기술 분야에 2.5조원을 투자한다. 첨단바이오‧양자 등 기술안보 중요도가 높은 혁신 기술의 내재화와 우주‧차세대원자력 등 차세대 핵심기술개발과 민간역량 강화를 집중 지원한다.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주력산업 분야 초격차 기술확보를 위해 3.1조원을 투입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등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확보와 관련 소재‧부품의 초격차 유지를 지원하며, 특히 AI반도체, 전고체배터리 등 민간투자가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를 강화한다.
디지털 역량확보와 디지털 융합에 1.6조원을 투자한다.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이를 위해 6G, 초거대AI, 사이버보안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에 투자를 강화한다.
국방 분야는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무기체계 기술개발 고도화와 필수요소 기술의 적기 확보 등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R&D 분야는 각종 범죄와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선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에 중점투자한다. 국가적 문제로 부상한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 탐지‧추적부터 중독 예방‧치료까지 전주기 R&D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중밀집 안전사고, 호우로 인한 도시침수 등 다양한 재난‧재해에 선제적인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투자를 강화한다.
탄소중립 분야는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과 직결된 기술확보, 수소기술 등 핵심R&D 중심으로 투자한다. 사업화 분야는 기업 자체수행이 가능한 분야는 과감히 효율화하고 공공기술 사업화나 첨단기술 분야 초기 창업 등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기초연구와 출연(연) 예산은 감축됐다. 기초연구는 올해보다(2.6조원)보다 소폭 감소한 2.4조원(△6.2%)을 투자한다. 출연(연)도 2023년(2.4조원)보다 0.3조원 감소한 2.1조원(△10.8%)을 투입한다.
다만 출연연 전체에 대한 별도의 통합재원 1000억원을 조성해 혁신적 연구성과 창출이 가능한 출연연 연구협력단에 집중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 보조금 성격, 나눠주기식, 관행적 추진, 유사중복 사업 등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우리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구성과의 소유와 활용 등 국제공동연구 추진에 필요한 사항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출연(연) 연구자가 기관 칸막이를 넘어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 등과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을 선발해 지원한다.
정부R&D 지원시스템도 혁신한다. 현재 R&D 예비타당성 조사는 '일정규모 이상의 모든 연구개발 사업에 적용'됐으나 앞으로는 도전・혁신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또, 연구관리의 과제 기획‧선정‧집행‧평가까지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역량을 점검하고 '범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 혁신방안'을 마련한다. 과제평가 시 상피제 완화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주인있는 기획, R&D브로커 등 카르텔 유인 요인을 타파하기 위한 투명성 강화방안을 병행 추진한다.
올해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범부처R&D통합관리시스템(IRIS)은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IRIS 2.0'로 전면 고도화한다. 지난해 5개 기관에서 올해 29개 기관으로 적용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탁월한 연구자 선정, 유사‧중복 연구, 특정인 연구독식과 같은 부적절 연구실태 방지, 과제 선정의 신뢰성‧연구비 집행의 투명성, 평가의 전문성을 제고한다.
이밖에 올 하반기부터 매년 성과 저조 사업, 국회 등 외부 지적 사업 등 낭비적 요소가 있는 사업은 '재정집행 점검단'을 통해 재정집행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하거나 차년도 예산을 삭감한다.
그간 온정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R&D 사업평가에도 상대평가를 전면 도입해 하위 20% 사업은 구조조정한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장비의 공동 활용을 강화하고 활용실적이 우수한 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그동안 누적된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어 효율화하고, 예산과 제도를 혁신해 이권 카르텔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특히 R&D 비효율을 미리 예방하고 대처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과기정통부부터 먼저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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