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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회사 내 회사"…애자일 조직 전환한 LGU+, 와인 시장 노린다

강소현 기자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3개월여간 제1회 임직원 해커톤 경진대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회 고객가치혁신 임직원 해커톤 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한 ‘코르크루’ 팀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배주형 플랫폼전략팀 선임, 조은혜 서비스기획챕터팀 선임, 박제준 클라우드플랫폼개발팀 선임. [ⓒLG유플러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고 싶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애자일(Agile) 조직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전환은 여전한 화두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 시장과 고객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따라 소규모 팀(cell)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의 조직 문화로, 쉽게 말하면 회사 내 회사다.

LG유플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디지털혁신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개발·검증·운영으로 각각 구분됐던 조직을 통합했다. 특히 최근엔 ‘해커톤 경진대회’도 실시하며 애자일 조직으로의 탈바꿈을 본격화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3개월여간 ‘제1회 임직원 해커톤 경진대회’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우승팀인 ‘코르크루’(코르크와 크루의 합성어) 팀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해커톤 경진대회에서 체감했던 애자일 조직의 이점에 대해 공유했다.

올해 처음 개최된 이번 경진대회에는 LG유플러스 직원 118명이 33개팀을 이뤄 참여했다. 기존 개발자 중심이던 해커톤 방식과 달리, 대상을 기획자·디자이너 등으로 확장해 참여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1등을 차지한 ‘코르크루’팀은 고객들이 간편하게 와인 취향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와인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웹 서비스 ‘비놀로그(BLNG)’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 상용화된 서비스가 와인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을 한정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면, 비놀로그는 와인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를 포용하는 ‘와인 커뮤니티’를 표방했다.

배주형 플랫폼전략팀 선임은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반면, 와인에 대한 기획 전환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태”라며 “디지털전환(DX)에 입각해 와인 산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특히 ‘코르크루’ 팀은 서비스 기획은 물론, 개발까지 완료했다는 점이 외부 전문 VC(벤처캐피탈)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커톤이 실시되는 3개월 동안 서비스를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한 팀은 ‘코르크루’를 포함해 총 3개에 불과했다. 8년차 동기인 3명의 팀원이 사내에서 서로 다른 팀에 속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특이하게도 ‘코르크루’ 팀의 경우 조은혜 선임은 서비스기획챕터팀, 박제준 선임은 클라우드플랫폼개발팀, 배주형 선임은 플랫폼전략팀에 속했다. 이에 따라 조 선임과 배 선임은 서비스 기획을, 박 선임은 서비스의 개발을 맡았다.

서비스 개발을 담당한 박 선임은 “서비스가 실제로 오퍼레이션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보니, 저희 서비스의 소구점이 심사인원들에 보다 명확히 전달됐다”라며 ”서비스 시연을 통해 시장 반응을 미리 확인했다는 점도 다른 팀과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3개월여간 제1회 임직원 해커톤 경진대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회 고객가치혁신 임직원 해커톤 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한 ‘코르크루’ 팀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배주형 플랫폼전략팀 선임, 조은혜 서비스기획챕터팀 선임, 박제준 클라우드플랫폼개발팀 선임. [ⓒLG유플러스]

이들은 이번 해커톤이 특히, 관리자에서 실무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난 8년 동안 각자 영역에서 쌓아온 역량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조 선임은 “8년차라고 하면 사내 애자일 스쿼드(Squad) 조직에서 팀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고, 서비스 출시부터 운영까지의 과정을 세 번 이상 거쳐본 위치”라며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의 경우 나의 의견 만으로 진행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해커톤을 통해) 하고 싶었던 거 있으며 해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배 선임은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틀에 생각이 갇히는 경우가 많고, 회사 타이틀을 제외한 나 혼자만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해커톤에서 외부 VC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자리가 마련되어, 서비스에 대한 스타트업 전문가의 냉철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해커톤 경진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팀의 아이디어 중 사업 확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내 사업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외부 독립 경영을 통한 사업 규모 확대가 가능한 경우 사내 벤처로 연계해 사내 벤처 연계 분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코르크루 팀의 경우 약 6개월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최종 플랫폼 사업 커뮤니티에서 C레벨 임원과 외부 VC로부터 사업성 부분을 심사받게 된다. 분사했을 때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분사 절차를 밟는다.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다.

배 선임은 “모두 ‘비놀로그’를 통해 나의 와인 취향을 찾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향후 서비스가 출시되면 많이 사용해 달라”고 전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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