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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핀테크 기업 국내서 적은 이유, 왜?…"성장환경 제대로 안 갖춰져"

박세아 기자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2023'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박사가 지속가능한 핀테크 혁신 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2023'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박사가 지속가능한 핀테크 혁신 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다양한 부문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스몰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제도를 도입하고, 금융사의 핀테크사 인수·합병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방법이 제시됐다.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에서 '지속가능한 핀테크 혁신 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박사는 "기업도 사람처럼 태어나 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고 각 과정마다 도전을 받는다"라며 "각 과정에 맞는 투자와 지원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박사는 국내 핀테크사들이 투자와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규제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첫해 83건에 달했던 혁신서비스 승인 건수는 지난해 9월말 현재 41건으로 감소한 상태다. 또 시드 투자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핀테크 기업도 미국이나 싱가포르보다 많다. 지난해 9월 한국·미국·동남아 핀테크 기업 투자단계별 현황을 보면 한국은 프리 시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핀테크사 비율이 32.8%로 미국 11.8%, 싱가포르 19.4% 보다도 약 2배 이상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 중 일부 업체들만이 혁신성과 편의성 등을 바탕으로 빅테크로 성장하면서 시장 '독점' 상황이 발생한다고 서 박사는 지적했다. 이는 경젱제한적 환경을 확산해 핀테크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선 서 박사는 규제 샌드박스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법적 불확실성을 내포해 '스몰 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몰라이선스는 빅테크의 금융권 진입 방안으로써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 언급돼왔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샌드박스 통과 기업이 많아지면 스케일업 투자 활성화까지 연결된다고 봤다.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2023'에서 네이버파이낸셜 김지식 부사장과 비바리퍼블리카 안규찬 실장 등이 서 박사의 발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2023'에서 네이버파이낸셜 김지식 부사장과 비바리퍼블리카 안규찬 실장 등이 서 박사의 발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또 더 큰 규모의 투자 환경을 조성화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서 박사는 전했다. 이를 위해 핀테크사의 '출구전략'으로써 '인수·합병'이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본시장 발전 차원에서 기업공개(IPO)뿐만 아니라 적당히 성공한 핀테크사의 출구전략을 위해 인수합병 활성화도 중요하다"라며 "이런 차원에서 은행, 금융지주, 보험사, 카드사 등 비금융사가 핀테크 사업을 겸할 수 있는 자회사 허용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빅테크의 플랫폼 및 서비스 장악 문제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제한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와 감독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플랫폼법 상 불공정거래행위는 강제판매, 이익제공 강요, 손해 전가, 부당 간섭 등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핵심인력 빼가기, 플랫폼에서 배제하기 등 시장지배력 악용수단은 이보다 다양하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서 교수의 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네이버파이낸셜 김지식 부사장은 핀테크 생태계 개선방안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김 부사장은 "규제샌드박스 활성화를 위한 스몰라이선스 제도는 양한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 금융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라며 "또 다양한 틈새시장이 존재할 수 있도록, 규모보다 기술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스 등을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안규찬 실장도 앞선 논의에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출구 전략으로써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실장은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핀테크의 금융자본으로의 종속화가 심화될 수 있다"라며 "대형 금융기관들의 몸집이 커지고, 핀테크 산업 확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분도 인지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빅테크 규제와 감독 수단도 필요하지만, 레거시 금융이라고 불리는 기존 금융기관들과 경쟁을 통해 혁신을 이뤄낸 곳도 존재한다"라며 "무조건적인 규제를 통해 혁신을 저해하기보다는 중소형 핀테크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박세아 기자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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