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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쓰면 '자금세탁' 범죄 놀이터 전락… 금감원 '전자금융업자 AML 실태' 점검에 드러난 문제점

박기록 기자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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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자금세탁방지(이하 AML)'대응과 관련한 규제들은 매우 엄격한 국제 금융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 테러 단체나 마약, 테러지원국 등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위한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수년전 농협은행을 비롯한 국내 몇몇 은행들이 미국 뉴욕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AML 대응 미흡을 이유로 1000억원대의 벌금을 부과받는 등 국내 은행권에 적지않은 후폭풍을 야기했다.

이후 은행권 및 국내 대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AML에 대한 대응 전략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고도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실제로 최근까지 특별하게 문제를 일으킨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고, 그 범위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AML의 대상이 되는 자금(화폐, 통화)의 범위가 암호화폐 등 과거에 없었던 '가상자산'으로 넓어지고, 또한 비대면 금융결제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전자금융업에 대한 AML 대응 체계는 여전히 은행권과 비교해 크게 미흡한 상황이기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5일 발표한 '비대면 전자금융업권의 자금세탁 위험요인 및 자금세탁방지체계 구축 현황 점검' 내용은 현재 은행권을 제외한 전자금융업계 등 범 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혔을 경우 국내 AML 대응 체계가 여전히 갈길이 먼 과제임을 다시한번 각인시킨다.

금감원은 주요 20개사(서면) 및 5개 대형사(현장 검사) 전자금융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점검과 현장검사 결과 ▲전자금융업은 회사별 자체망을 이용해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동시키므로 자금의 이동경로 추적이 어렵고 ▲ 법령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보유한도(200만원)와 관계없이 충전과 양도를 반복할 경우 자금이체가 제한 없이 가능하며 ▲비대면 거래 방식을 사용함에 따라 정확한 고객정보 확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이 주요 자금세탁 위험요인으로 확인됐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자금세탁 위험거래 유형을 보면, 특히 '가상계좌를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이 높게 제기됐다.

"전자금융업자가 구매 또는 충전용으로 고객에게 할당하는 가상계좌는 누구나 입금할 수 있고 실입금자의 실명 및 계좌번호를 알 수 없는 특성이 있어 자금세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제3자가 구매용 가상계좌에 무통장입금해 거액의 물품 구매 후 본인의 은행계좌로 환불받는 방식 또는 사기 피해자들이 머니충전용 가상계좌로 입금한 편취금원으로 머니를 충전한 후 이를 환급받는 방식 등을 예시했다. 또 제3자의 금전을 수취하는 방식으로 통해 자금세탁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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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가상자산'을 편법적으로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전자금융업자가 자금세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를들면 전자금융업자와 제휴관계가 없는 코인 결제대행업체를 이용해 가상자산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물품 환불을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를통해 가상자산사업자가 준수하고 있는 트래블룰을 회피함으로써 자금세탁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

이밖에 전통적인 방식인 '구매행위를 가장한 자금세탁 위험'도 지적했다. 구매의 실질이 없는 자가매출, 위장가맹점에의 반복결제 등 허위매출 방식 또는 환금성이 높은 상품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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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감원은 국내 주요 전자금융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체계 구축 현황과 관련, 지난 2019년7월 전자금융업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도입됐으나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IT업체 기반의 업무환경으로 인해 일반 금융업권 대비 AML 업무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AML 업무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이 낮고, 전문인력․조직 부족, 전사적 자금세탁위험평가 및 업무체계 미흡 등 전반적인 AML 내부통제기능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났다. 사실상 전 영역에서 손을 봐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전자금융업이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속 점검하고 적극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점검결과 미흡사항이 확인된 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확약서 제출 등을 통해 실질적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후속관리하는 한편 9월중 '자금융업 AML 내부통제 워크숍'개최 등을 통해 업계 전반의 AML 인식 제고 및 업무역량 강화, 전자금융업에 특화된 AML 체계 확립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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