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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상용화 1년에도 가입률 ‘한자릿수’…이용 단말기 부족에 가입 장벽

강소현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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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e심(eSIM·embeded SIM)이 상용화된 지 1년이 됐다. 하지만 관련 요금제 가입률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e심 관련 소비자 불편사항을 검토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다수의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e심을 활용한 듀얼심 요금제의 가입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 "4년 후 e심 시장 4.5배 증가"…해외서 활성화된 e심, 국내 가입률은 저조

주니퍼리서치는 올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e심 시장이 올해 약 47억달러에서 4년 후 163억달러(한화로 약 20조원)로 4.5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심을 내장한 스마트폰도 올해 9억8600만대에서 35억대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 e심은 지난해 9월1일 상용화됐다. 유심(USIM)에는 각 통신사의 망에 접속할 수 있는 가입자의 정보가 담겨있는데, e심은 이러한 유심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해낸 것이다.

e심 상용화로 가장 기대됐던 부분은, 휴대전화 한 대에서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단말에 이미 탑재된 유심 외 e심을 추가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일상용·업무용 혹은 국내용·해외용 등 용도에 따라 번호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투폰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3사 간 경쟁이 펼쳐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 역시 증진할 것으로 점쳐졌다. 유심과 e심 각각 서로 다른 이통사에서 가입할 수 있어 번호이동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e심 활용을 위한 듀얼심 요금제 가입률은 저조했다. 당연 번호이동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번호이동 건수는 총 51만6589건으로, 전년동기대비 35.11% 늘었다. 하지만 이는 갤럭시Z폴드·플립5 출시 영향으로 분석된다.

◆ 제한된 단말기와 요금제…세컨폰 수요도↓

e심이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는 제한된 단말기가 지적된다. e심이 이미 보편화된 해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선 스마트워치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국내 통신환경의 특성상 e심 도입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유럽 등 영토가 큰 국가의 경우 통신사마다 지역별로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커서 e심을 일찍이 도입했다.

이에 국내에서 e심을 지원하는 단말기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XS시리즈,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Z플립·Z폴드4 등 플래그십 모델에서 e심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심 지원 단말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으로 한정된데다 국내에서 세컨폰에 대한 수요가 아직 크지 않은 탓에 e심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요금제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앞서 통신3사는 e심 상용화에 맞춰 전용 요금제나 서비스 대신, 투폰 고객을 위한 듀얼심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월 8800원을 지불하면 두 번째 번호를 개통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전화번호 모두 같은 통신사에서 개통해야 하므로, 사실상 통신사 간 이동에 장벽을 두고 있다.

서비스 구성도 유사하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선보인 듀얼심 서비스를 살펴보면 동일하게 월 8800원에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최대 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되는 데이터가 소진되면 최대 400K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는 부분도 같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 번거로운 가입·해지 절차도 장벽…법인폰 명의 분리는 검토

번거로운 가입·해지 절차도 e심 활성화의 장벽으로 꼽힌다. e심은 구입을 위해 대리점·판매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지만, 프로파일을 내려받고 개인정보를 인증받는 일련의 과정들이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국회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서 e심을 해지하려면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일부 소비자의 경우 해지 절차가 불편해 활용하지 않음에도 비용은 계속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e심 관련 소비자 불편사항을 적극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인폰과 법인폰의 명의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는 단말기당 하나의 IMEI(단말기고유식별번호)만을 등록할 수 있어 유심과 e심 명의자가 다를 경우 해당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다.

보이스피싱·대포폰 등 명의를 도용하는 부정 사례들을 막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에 본인 확인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다만 법인폰과 개인폰의 며의를 분리해 사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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