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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미디어서비스사업법…"방송시장 백년대계 바라봐야"

강소현 기자
[ⓒ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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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더 이상 저렴한 요금이 아닌,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시대입니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콘텐츠 제작을 유도하는 진흥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성중 의원실(국민의힘)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소장 홍대식) 주최로 진행된 ‘미디어 서비스 산업발전을 위한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과 방안모색' 세미나에서 “앞으로 5~10년 후 시장에 대비한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미디어법제위원회가 논의를 거쳐 마련한 ’미디어서비스사업법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KCTA는 올 1월 민간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미디어법제위원회를 꾸렸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미디어 플랫폼 발전에 따른 미디어 시장 재편으로, 이에 부응하는 민간서비스 영역의 별도 법안 마련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미디어서비스사업법안은 공공 미디어 영역에서 민간 미디어(유료방송) 영역의 분리를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시장에 신규사업자가 등장하면 지상파 중심의 공적 책임을 민간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법안의 핵심은 최소규제를 적용하되, 기본원칙을 둔 것이다. 기본원칙으로는 ▲미디어서비스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 ▲미디어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이용자의 정보 접근성 보장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류, 의견 다양성,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 보호 ▲미디어 다원성 보호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의 이익 보호 ▲차별금지 등을 뒀다.

발제자로 나선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최소한 지켜져야 할 공익적 원칙들을 열거한 것”이라며 “산업군에서 경쟁을 유일한 목적으로 두고 있는 유럽에서도 미디어에 한해서는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원칙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법안은 먼저, 분류체계를 재정비했다. 플랫폼 영역을 ‘미디어 제공서비스’로, 콘텐츠 영역을 ‘미디어 콘텐츠서비스’으로 구분했다. 방송법과 IPTV법 적용대상인 케이블TV(SO), 위성방송, IPTV(인터넷TV)와 OTT를 ‘미디어 제공서비스’로 포괄,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은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도 포함된다.

또 미디어 제공서비스는 다시 ▲설비 기반 실시간 다채널 서비스(SO, 위성방송, IPTV) ▲온라인 실시간 채널 서비스(지상파방송 및 유료방송의 온라인 실시간 채널 서비스, OTT 실시간 채널 서비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주문형 VOD OTT) ▲동영상 공유 서비스(유튜브 등 이용자 공유 동영상 플랫폼) 등으로 구분했다.

이 같은 분류체계를 바탕으로 동등한 계층의 제공서비스에 대해선 동등한 최소규제를 적용하고, 예외적으로 미디어 제공서비스의 특성과 방식을 고려한 차등 규제를 적용한다.

또 법안은 기존 채널 편성의 개념도 재정의했다. ‘구성방식 결정’이 ‘채널 편성’을 대신한다. 여기에는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온라인 채널을 제공하는 구성방식 혹은 채널에 의하지 않고 미디어 제공 목록만을 제공하는 그 밖의 구성방식들이 모두 포함됐다.

홍대식 교수는 “넷플릭스 등 OTT의 경우 채널이 없다. 대신 자신의 서비스에 보낼 프로그램을 직접 선정하는데 이것도 하나의 프로그램 구성 방식이다”라며 채널 편성 개념을 재정의한 배경을 밝혔다.

규제 부분에선, 소유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겸영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공정한 경쟁 기반 확대 및 국내외 자본 유입을 통해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보도 기능을 가진 사업자에 대해선 공공 미디어 법을 두고 따로 규율하자고 제안했다.

진입 규제도 최소 필요조건만 적용했다. 규제 비용을 절감하고 동일 계층 사업자의 동등 진입 조건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미디어제공서비스 사업자에 대해선 허가제에서 면허제로 전환하고, 미디어콘텐츠서비스 사업자에 대해선 신고 또는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편성과 채널 구성의 자율성도 대폭 확대한다. 특히 ‘주된 방송분야’에 대한 미디어 프로그램 편성 조항을 삭제한다. 다만 다양성 보장을 위해 다양성 편성 원칙은 유지한다. 지역채널 활성화 지원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도 제고한다.

방송광고에선 네거티브 규제체계를 도입한다. 또 기존 방송광고 유형을 ▲프로그램 외부에 노출되는 방송프로그램광고·자막광고·중간광고·시보광고·토막광고를 ‘프로그램 외 광고’, ▲프로그램 내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는 ‘프로그램 내 광고’, ▲나머지를 ‘기타 광고’로 구분해 신유형 광고 등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 서비스 발전 지원 및 기금의 안정성 확보 위한 독립적 기금 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신규 사업자를 포함하는 규제 틀이 마련되면서 미디어서비스 발전 기금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전문가들은 미디어서비스사업법을 마련한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먼저,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류체계와 관련해 “법안은 실시간 채널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구분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실시간 채널을 예로 들면 스포츠 채널이 있을텐데, 최근엔 OTT에서도 스포츠 중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분류체계에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입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신고제로 하되, 보도 기능이 포함된 사업자와 상품 소개 및 판매 전문 사업자는 등록으로 전환한다고 되어 있다”라며 “등록으로 전환한 사업자의 서비스가 설비 기반 실시간 다채널 서비스에만 제공해야 하는 건지, 유튜브를 포함한 동영상 공유 서비스에도 적용되는 건지 논쟁의 여지가 있겠다”고 말했다.

또 편성 개념을 재정의한 것과 관련해선 “구성방식 결정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논란이 될 것 같다”라며 “정의만 놓고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예컨대 포털에서 행해지는 미디어 서비스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지난 30년 동안 이어진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진일보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영주 교수는 “오늘날 실시간 방송을 아무도 안보는데 지역 콘텐츠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무슨 의미가 있냐”라며 반문하면서 “그보단 시청자가 집중된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지역 콘텐츠를 노출시키도록만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지역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것도 기존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료방송 사업자의 문제 중 하나는 요금 경쟁 만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콘텐츠 제작엔 적극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사업자 스스로가 콘텐츠에 투자해 글로벌 OTT와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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