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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반갑소 김춘배요” 슬램덩크·데못죽 꺾은 캐릭터 탄생 비화는?

이나연 기자

‘핫’ 뜨거운 ‘랜선인싸’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랜선인싸는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랜선’과 무리 내에서 잘 어울리고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을 일컫는 ‘인싸’를 합친 말입니다. <디지털데일리>가 독자를 대신해 여러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랜선인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인싸 열전을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웹툰 ‘냐한남자’ 일러스트 [Ⓒ 네이버웹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웹툰이 지난 5일∼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웹툰 ‘냐한남자’와 ‘마루는강쥐’ 지식재산권(IP)을 주제로 열었던 2번째 공식 팝업스토어 ‘툰 페스티벌’에 약 6만3000명이 다녀갔다.

특히 주말인 지난 17일엔 하루 새 6200명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와 지난 5월 열린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웹툰 ‘데뷔못하면죽는병걸림(데못죽)’ 팝업스토어 총방문객 수를 넘어선 규모다.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역대 IP 팝업스토어 중에서도 방문객 수 1위를 기록했다.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두 작품 모두 2030 여성들에 큰 인기를 끄는 만큼, 방문자들이 발휘하는 구매력도 상당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방문객 1명당 평균 7만2000원 어치 상품을 사 간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최대 결제액은 106만1900원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연재 중인 마루는강쥐와 달리, 냐한남자는 이미 지난 2021년 완결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냐한남자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냐한남자를 탄생시킨 장본인, 올소 작가에게 직접 물어봤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마련된 네이버웹툰 공식 팝업스토어 '툰 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은 웹툰 팬들이 캐릭터 상품을 고른 뒤 계산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팝업스토어와 포토존 공간은 총 90여평, 판매하는 상품은 507종에 이른다. [Ⓒ 연합뉴스]

다음은 올소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지난 2016년 웹툰 ‘세워요기사님!’을 레진코믹스에 연재하며 데뷔했는데, 웹툰작가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적부터 캐릭터 디자이너·만화가가 꿈이었습니다. 대학 진학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만화가 꿈은 잠시 접어두고 영상 디자인학과를 진학했고, 졸업 후 작은 게임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회사는 오래 다니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애당초 대학 진학부터 제 꿈과 다른 선택을 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웹툰을 그리고 싶어서 회사를 나온 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레진코믹스 웹툰 공모전에 참여했고요. 좋은 기회가 닿아 데뷔작을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Q.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냐한남자’는 사람으로 변한 냥국 왕자 춘배와 대학생 보미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 로맨스 작품이죠. 특히 사람과 고양이와 강아지를 오가는 ‘냥인’과 ‘멍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는데, 어떻게 이런 콘셉트를 구상했나요?

▲‘냐한남자’는 10~20대 초반 여성들을 타깃으로 제작한 작품인지라 작품을 기획했던 2018년 그 당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모든 것을 하나의 캐릭터에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잘생긴 꽃미남. 좋은 거+좋은 거=더 좋은 거! 같은 느낌으로요. ‘무해하고 예쁜 애완남’이 그 당시 여성들 판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트렌드는 또 다르죠. 트렌드는 정말 빨리 변해요. 요즘은 ‘꽃미남도 필요 없으니까 남자로 변신하지 말고 그냥 고양이 모습으로만 있어라’는 감상이 많아서 재밌더라고요.

Q. ‘김춘배’는 물론, 치킨 배달부로 살아가는 냥국의 ‘알프레도 4세(반휘혈)’, 춘배 동생 ‘김영철’처럼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이 큰 사랑을 받았는데, 기획 및 연재 단계에서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였나요?

▲특이한 개성을 자랑하는 캐릭터가 가득한 ‘냐한남자’ 세계관에서 상대적으로 맹숭해 보이는 캐릭터인 주인공 ‘한보미’가 제 최애 캐릭터입니다. 한보미는 큰 개성은 없지만 모든 캐릭터와 엮여있어 이야기 중심을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죠. 독자들이 ‘냐한남자’ 이야기에 쉽게 이입할 수 있도록 현실과 웹툰 세계관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진 창작자 입장에서 얘기한 최애 캐릭터고요. 제가 독자였으면 영철이를 좋아했을 것 같아요. 뭐 하나 잘하는 것 없는 엉망진창인 캐릭터이지만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얼마든지 도전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니까요.

웹툰 ‘냐한남자’ 인생네컷 일러스트 [Ⓒ 네이버웹툰]

Q. 최근 진행된 네이버웹툰 공식 팝업스토어에서 ‘냐한남자’는 또 다른 네이버웹툰 작품인 ‘마루는강쥐’와 함께 주인공이었죠. 지난달 1차 팝업이 흥행하면서 초대형 규모로 다시 열렸는데, 작품이 완결된 이후에도 이런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작품이 완결된 지 꽤 됐죠? 요즘은 한달만 지나도 옛날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냐한남자’는 완결된 지 2년 정도 됐네요. 그래선지 웹툰 스토리를 기억하는 분은 이제 많이 없더라고요. 스토리는 사라지고 웹툰 짤방과 이모티콘 이미지가 지금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렇게 춘배의 사람 모습은 없고, 동물 모습만 남은 것을 보며 든 생각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고양이라는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캐릭터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에게 계속 노출돼 기억에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연재 중인 인기 웹툰 ‘마루는강쥐’와 함께한 팝업스토어 덕분에 완결 작품 캐릭터인 춘배도 새로운 독자들에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을 좋은 기회였습니다. 뜻깊고 귀한 자리를 마련해준 네이버웹툰에 감사합니다.

완결 이후에도 간간히 냐한남자 일러스트를 올리는 캐릭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끔 인스타그램 팔로워 투표를 통해 캐릭터들 의상을 추천받아 일러스트를 그리곤 합니다. 그 일러스트들이 상품기획(MD)으로 제작, 판매되기도 하고요. 지난 6월엔 의상 일러스트 일부를 모아 이모티콘을 제작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독자들과 직접적이진 않지만, 꾸준한 소통을 통해 캐릭터를 알리고 있습니다.

Q. 현재 카카오이모티콘숍엔 20개가 넘는 ‘냐한남자’ 캐릭터 이모티콘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죠. 웹툰 연재와 이모티콘 제작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또 이모티콘을 만드는 데 있어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냐한남자’ 초기 이모티콘은 웹툰 설정을 많이 반영했지만, 이후로는 웹툰을 몰라도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섬세한 설정을 많이 덜어내고 단순화했습니다. 웹툰에서는 춘배가 3단 변신(8등신 고양이 버전, 귀여운 버전, 사람 버전)을 할 수 있는데요. 이모티콘에서는 귀여운 버전만 남겨 기존 설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모티콘으로 ‘춘배’라는 캐릭터를 접하는 사람들은 춘배가 사람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더라고요.

이모티콘 제작은 모션 제작자인 ‘할팬(Hallpen)’과 협업으로 진행하는데요. 제가 멈춰있는 이모티콘을 스케치하고, 모션에 대한 설명을 적으면 할팬이 자연스럽고 귀엽고 통통 튀는 모션을 만들어 줍니다. 몇몇 이모티콘은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라면서 역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기도 합니다. 할팬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제 오랜 친구인데요. 제 부족한 표현력을 알차게 채워주는 고마운 분입니다.

웹툰 ‘냐한남자’ 카카오이모티콘 [Ⓒ 올소]

Q. 실제 웹툰은 영상화·출판·음원·게임·이모티콘·MD 상품 등 다양한 IP 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작가로서 IP 비즈니스의 힘을 얼마나 실감하나요?

▲‘냐한남자’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분들, 혹은 인형뽑기방에서 춘배 인형을 뽑으신 분들, MD를 구매한 분들이 역으로 웹툰을 보러 오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만화방에서 단행본을 보신 분들이 이모티콘을 구매하기도 하고요. 이번에 ‘마루는강쥐’와 함께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냐한남자’ 웹툰을 새롭게 접하시는 분들이 특히 많더라고요. 완결한 지 오래된 작품이라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Q. 지난해 말부터는 네이버웹툰에서 ‘용한소녀’라는 차기작을 시작했죠. 이번 작품에선 정략결혼을 피해 지상으로 도망친 용왕의 딸 김용만이 성공을 위해 전교 1등이란 목표를 가지고 인간 모습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전작 ‘냐한남자’와 다른 이 작품 관전 요소를 직접 꼽는다면?

▲전작인 ‘냐한남자’는 네컷만화로 제작됐습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들이 사건, 개그 위주로 흘러갔는데요. 이번 작품 ‘용한소녀’는 스크롤 연출로 제작해 각 인물들 감정과 심리 변화를 조금 더 자세히 보여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가볍게 지나갔던 ‘로맨스 삼각관계’를 좀 더 깊게 파볼 생각이에요. 해수와 무진이 사이에서 용만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갈지, 열여덟 청소년 용만이 꿈과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앞으로를 기대해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기작으로 구상 중인 이야기나 향후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연재 중인 ‘용한소녀’에 집중하며, 주인공 용만이 캐릭터를 조금씩 더 키워보려 합니다. 용만이의 집사 아저씨(?)인 ‘민문오’ 캐릭터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용용버전 용만이 이미지를 업로드 중이고요. 웹툰 댓글로 많은 문의를 주는 이모티콘 출시는 지금 구상 중에 있습니다. 주간연재 중이라 시간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틈틈히 스케치하고 있으니 오래 기다려주세요.

차기작으로 제 데뷔작 ‘세워요기사님!’ 외전격인 작품으로, 드래곤 ‘쮸쮸’ 잉태의 주먹으로 임신을 한 남자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이야기를 구상한 적이 있는데요. 텍스트로만 봐도 너무 해괴하죠? 그래서 그만뒀습니다. 나중에 다듬어서 독자들에 선보일 기회가 올지 모르겠네요…지금 연재하고 있는 작품에 집중하겠습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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