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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영향력·공공성으로 플랫폼사업자 규제?”…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논의 본격화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현재 기간통신역무(통신)와 부가통신역무(플랫폼)로 구분돼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수평적인 규제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일한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이후 새롭게 출시되는 서비스에는 시장 지배력이나 영향력, 공공성을 고려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혁신서비스에 대한 시장 영향력 판단이 쉽지 않고,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일 미디어미래연구소와 변재일·김영식 의원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규제체계 전환’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수평적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1단계로 기간·부가통신역무를 통합하고 사업자를 망과 서비스 제공으로 분리해야 한다”며 “이후 2단계로 시장영향력과 지배력을 보유한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84년 만들어진 전기통신사업법은 그동안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업자와 역무구분에 따라 정부의 강한 규제를 받는 기간통신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부가통신사업자로 수직적인 규제체계가 적용돼 왔다. 이후 기간통신역무를 단일화하고, 기간·별정통신을 통합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정이 추진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장애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에도 서비스 안정성 의무 도입 등 부가통신 규제가 신설되는 등 전면 개정 필요성이 커졌다.,

곽 교수는 “하나의 IP망에서 다수의 사업자가 다양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올(All)-IP로의 기술환경변화와 혁신 서비스로 무장한 부가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필수서비스로 부상하면서 규제체계 변화가 요구돼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2021년 통신서비스 매출액은 연평균 성장률이 정체된 반면, 정보서비스는 매년 7.1%씩 성장했다. 또, 동일 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간-부간 서비스 간 경계도 모호해진 상황이다.

이에 기존 ‘역무분류’에 기반한 현행 칸막이식 규제체계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지난 2002년 전자통신지침을 마련해 콘텐츠·전송계층으로 분류하는 등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했고, 지난해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며 플랫폼사업 규제에 나섰다.

곽 교수는 “수직적 경계가 해소되면 기간-부가 구분이 아닌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체계가 마련된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기간부가 판단없이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이후 시장영향력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구분하고, 서비스는 개별 서비스 내용에 맞춘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영향력은 매출액이나 이용자수 등으로 가늠한다.

다만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수평적 규제체계를 네트워크-서비스로 분류하는 것 등에는 동의했으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 공적책임에 따른 사업자 세분화에는 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플랫폼사업자 대표로 나온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많은 부분 공감하지만, 2단계 시장지배력, 공적의무에 상응한 규제체계 마련에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시장은 빠른 변화와 낮은 진입장벽 등으로 시장 지배력 판단이 곤란한 양면, 다면 시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반대로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영향력이 없다면 규제가 없어도 되는지는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시장 영향력이 있는 학원 일타강사와 영향력 없는 공립학교 교사로 비교했다.

이어 “법적개념이 아닌 시장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며 “트래픽, 이용자수가 많은 OTT 사업자가 공공성을 갖는지, 공정책무를 부과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성립되는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도 “전기통신사업법은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틀을 크게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힘겹게(?) 흘러오고 있다”며 “신규 서비스가 계속해서 출시되면, 기간과 부가로 나눠 접근하는 규제체계는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네트워크-서비스 망 나눈 이후, 지배력과 영향력, 공적책임으로 세분화하는 부분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배력 기준을 매출이나 가입자수로 다 설명할 수 있는지, 사회적 영향력이나 책임 경중 등을 따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민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 역시 “수평적 규제로 가더라도 서비스 분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국내 상화에 맞는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서비스와 사업 분류체계는 규제대상을 명확히 하는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며, 규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지만 사회적 책임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통3사 시장가치보다 네이버, 카카오가 2배 더 많고, 회선망이 IP망으로 진화하며 유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기간-부가 역무 차별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부에 신고만 하면, 지위를 얻을 수 있고 서비스 제공 시 약관신고, 서비스 종료 시에도 이용자 보호 등 일체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하지만 일례로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업메시징 서비스는 특수유형의 부가통신역무로 구분돼 사업등록과 요금신고, 기술적 조치 등 적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플랫폼사업자가 제공하는 알림톡은 별도의 법적규제가 없는 만큼, 동일 서비스에는 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 좌장을 맡은 이희정 고려대 교수는 “기간통신사업자도 문제 없이 서비스 잘 제공한다면 자율성 부과하고 규제를 덜어내 부가통신사업자와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기통신사업법’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전기통신사업법이라는 명칭은 법이 담아야 할 내용과 맞지 않는 아날로그적 느낌을 준다. 기간-부가통신역무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법체계와 틀로는 현재 가장 큰 이슈인 AI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AI 활용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초 연내 입법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올해 의견 수렴을 더 거친 후 추진될 전망이다.

마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상반기 통신시장 경쟁촉진에 힘을 쏟으면서 여러 법 개정에 대응하느라 마무리 하지 못했다”며 “현재 660곳 기간통신사업자가 있고, 이중 설비 갖춘 곳만 80여곳, 알뜰폰 사업자 80곳, 부가통신사업자도 1만5000곳, 휴대폰 이용 가입자 5500만 등 많은 사업자와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개정인 만큼, 내년에 좀 더 많은 의견을 수용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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