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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RP, 말처럼 쉬울까? 영림원 일본·인니·베트남 사업 전략은?

오사카(일본)=김보민 기자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가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가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언합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이사는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렇게 밝혔다.

한국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이 진입하기 까다로운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해내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글로벌 파트너 생태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영림원소프트랩의 해외 법인들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해왔을까.

이날 간담회에는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법인 및 총판 관계자들이 참석해 회사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공유했다. 이들은 글로벌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각자의 '틈새 전략'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마에다 토모오 에버재팬(Ever Japan) 법인장이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지 ERP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마에다 토모오 에버재팬(Ever Japan) 법인장이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지 ERP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낄 곳 없는 일본 ERP 시장? "파트너사+가격경쟁 승부"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X)이 더딘 나라로 유명하다. 종이를 쓰지 않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 변화 속도는 빠르지 않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청 차원에서 DX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유의미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아날로그'한 일본에서도 ER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마에다 토모오 영림원소프트랩 일본법인(에버재팬·Ever Japan) 법인장은 "일본 시장은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에다 법인장에 따르면 현재 일본 ERP 시장은 국산 제품과 서양 제품이 난립해 후발주자의 진입이 까다롭다. 특히 일본 고객사들은 외국계 기업이 현지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실적이 없는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한국처럼 SAP와 오라클을 선호하는 고객사가 많은 이유다.

이러한 분위기 속 영림원소프트랩은 2017년 일본 도쿄법인을 설립했고, 두 가지 전략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먼저 회사는 우량 파트너사들을 발굴해 현지에서 입지를 다졌다. 마에다 법인장은 "후발주자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최선책으로 우량 파트너사를 찾는 데 집중했다"라며 "현재까지 23개의 파트너사를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주력 제품인 '시스템에버'를 확장 판매하는 작업에도 집중했다. 시스템에버는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의 ERP로, 기업 운영 프로세스를 통합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마에다 법인장은 "일본 시장의 경우 구축형 제품이 많지만, 최근 사용자의 의지가 변하면서 클라우드 제품에 대한 안건도 증가하고 있다"라며 "'(제품을) 소유한다'는 개념에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의식이 바뀌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보다 비용 부담이 큰 중소 고객사를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 마에다 법인장은 별도 인터뷰에서 "SAP 제품을 도입할 때에도 최소 5억엔 이상이 필요하다"라며 "시스템에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큰 비용을 내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오철 영림원소프트랩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현지 ERP 사업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권오철 영림원소프트랩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현지 ERP 사업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 "생산가능인구 70%" 인도네시아 성장 포인트 '제조업'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지역 내 디지털 전환을 거론할 때마다 주요 협력국가로 언급되는 곳이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70%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단점을 상쇄할 중견기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22년 출범한 인도네시아 법인도 이 점에 주목했다. 중견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ERP를 선보인 것이다. 인도네시아형 통합 ERP 기능을 갖춘 'HR-페이롤(Payroll)'으로 시장도 확장 중이다.

권오철 영림원소프트랩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특히 제조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며 "현지 정부가 제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내 일본계 제조업들의 신규 시스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권 법인장은 "이들의 정보화 시스템은 노후화된 상태"라며 "시스템을 도입한 지 20~30년 이상이 된 기업들의 ERP 교체 주기가 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요구 또한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 고객을 확보하고 업력(레퍼런스)를 쌓는 데 당분간 집중할 계획이다. 권 법인장은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5%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환 영림원소프트랩 베트남 파트너사 대표가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ERP 사업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김진환 영림원소프트랩 베트남 파트너사 대표가 11일 일본 오사카 힐튼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ERP 사업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베트남 현지 기업 말고, 진출 기업을 노려라'

베트남 시장은 ERP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크지 않는 나라다.

패키지보다 시스템통합(SI) 형식으로 ERP를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이중장부 관리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인사와 회계의 투명한 관리를 원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2008년 설립된 베트남 총판 담당(K.System Joint Stock Company)은 이러한 베트남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현지 진출 기업'을 공략했다.

베트남 현지 기업이 아닌, 이곳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을 주 고객사로 겨냥한 것이다.

베트남 담당 김진환 대표는 "2010년 중반부터 베트남 내 ERP를 향한 관심이 적어졌다"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ERP 통계치는 나오지만, 베트남에 대한 수치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대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어느정도 (ERP) 구축이 완료된 중견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ERP 전략을 이끄는 제품은 한국계 기업을 겨냥한 '클라우드 에이스', 일본계 기업을 겨냥한 '시스템에버'로 나뉜다. 클라우드 에이스는 추가 개발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형 ERP로, 구축형 솔루션의 비용과 관리의 단점을 해소한 게 특징이다.

현재 베트남 ERP 사업은 하노이, 다낭, 호치민 사무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가장 많은 고객사 분야는 핸드폰, 자동차, 의류, 건설, 카메라모듈, 전자부품 순이다.

베트남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시장에서 SAP와 오라클의 ERP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베트남은 2026년까지 연평균 13.2%의 시장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어, 영림원소프트랩은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오사카(일본)=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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