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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행정 디지털전환 실현하려면…“특별법 제정·상시추진체계 구축해야”

권하영 기자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가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디지털 심화 시대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 전경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디지털플랫폼정부’ 일환으로 공공서비스의 디지털전환 요구가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가 완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가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디지털 심화 시대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공공부문 디지털전환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화와 더불어 상시적인 추진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공공부문 디지털전환 성공조건과 거버넌스 혁신기반 조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 교수는 현재 공공부문 디지털전환 논의의 여러 문제점으로 ‘데이터 활용 미비’와 ‘관할 혼선’, ‘근본적인 정책방향 부재’ 등을 꼽았다.

그는 “공공 디지털전환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데이터가 목적성 없는 단순 집합에 그치고 있고, 데이터 정보개방 공유에 대한 법·제도적 장애도 있다”며 “또한 계획 주체가 여러 주무부처와 위원회로 혼재돼 있는 점을 볼 때 공공 디지털전환에 있어 정부 역할과 임무가 어떠해야 하는지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올해 6월 온라인접속법을 전면개정한 독일 정부 사례를 들어 체계적인 공공부문 디지털전환 제도개선을 당부했다.

2017년 행정서비스에 대한 디지털화 기본법으로 제정된 독일의 온라인접속법은 올해 개정을 통해 5년 내 기업에 대한 모든 행정서비스를 디지털화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 법에서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규정을 통해 새로운 행정서비스는 아날로그 제공 전에 디지털로 우선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거버넌스 측면에서 IT계획위원회를 설치해, 중앙정책조정위로서 행정서비스의 디지털 버전 개발 및 온라인 구현 프로젝트 실행 및 감독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는 IT 상호운용성 및 IT 보안표준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까지 가지는 조직으로 권한을 갖췄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 주도로 디지털플랫폼정부 기본원칙을 비롯해 실현계획, 추진체계, 주요과제 이행에 필요한 법·제도로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정부기관의 모든 데이터(개인정보·영업비밀·국가안보는 예외) 공유·개방을 원칙적으로 한다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디플정위가 대통령직속 위원회로서 현정부 임기와 존속을 같이 하는 만큼, 디지털플랫폼정부 비전이 디플정위와 별개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 제정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상시적 추진체계 수립과 관련해 컨트롤타워로서 부총리 지위를 부여하는 부처 또는 명시적 법적근거를 갖는 위원회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여러 견해가 있는데, 만약 위원회 조직으로 간다면 결정조직인 위원회와 실행조직인 청 설립이 동시에 가야 하고 기획통제권과 예산배분권도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가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디지털 심화 시대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이어진 토론에서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 영역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행위 자체나 데이터를 활용해 내린 결정과 관련해 어떻게 규정하고 평가할지에 대한 규율이 부재하다”며 “데이터를 잘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개인정보나 저작권 침해가 될까봐 소극적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플정위 등에서 그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제시해주고, 어느 정도 면책해주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와 관련해 부처간 칸막이로 인해 부딪히는 애로사항이 많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어 공무원이 책임지기 어렵거나 나중에 감사를 받기도 하는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 법제도를 통해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정 사무총장은 “행정망 먹통 사태 이후 책임 부재가 문제로 떠올랐는데, 누가 책임질지를 명확히 해야 국민 신뢰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산업계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으면 한다는 사업자 의견도 나왔다. 성석함 SK텔레콤 실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등 진흥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진흥 속도는 느린 데 반해 규제는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산업계와 학계 등 각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 또한 예를 들어 AI를 도입했을 때 그만큼 정부 인력을 줄이겠다는 접근을 해야 리소스와 예산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서보람 디플정위 단장은 “대국민 서비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사결정체계가 명확해져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AI 상담을 도입해 그 답변이 행정기관의 입장이자 행정처분으로서 작용할 수 있게 할 것이냐, 얼마나 책임을 질 수 있느냐 등에 대해 규율화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 단장은 “공공부문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 컨센서스가 다른 부분이 있는 게, 어떤 곳은 정부에 대해 모든 것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어떤 곳은 정부가 왜 간섭을 하느냐고 얘기하기도 한다”며 “그것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결국 제도이고, 특별법이냐 기본법이냐의 문제를 떠나 그런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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