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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중한 책임감"… KB금융 '양종희 號'에 놓인 5가지 숙제, 어떻게 풀까 [DD인사이트]

권유승 기자
양종희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연합뉴스
양종희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지난 17일 KB금융지주사의 임시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양 차기 회장은 오는 21일 공식 취임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양 내정자의 소회처럼, 대한민국 금융을 이끄는 KB금융의 수장으로서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생금융'은 물론 횡령 사건 등으로 도마위에 오른 내부통제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고, 리딩금융의 역할과 위상도 지켜야한다.

여기에 KB금융 계열사의 CEO가 줄줄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사 처리와 더불어 리딩금융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았다.

◆상생금융 리딩금융의 존재감, 그러나 그에 따른 역할과 부담

무엇보다 양 차기 회장 앞에 당면한 과제로는 '상생금융'이 꼽힌다.

최근들어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 당국이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은행권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위한 은행권의 고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은 아직 상생금융과 관련한 구체적인 추가 방안에 대해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에선 KB금융측이 양 부회장의 공식 회장 선임이후로 발표 일정을 조율하는 정무적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이 가진 위상과 역할을 고려했을때, 세간의 관심이 다른 금융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부담도 더욱 큰 모습이다. 주주들의 입장에선 상생금융, 횡재세 등 정치권에서 제시되고 있는 방안들은 금융사의 이익 훼손을 전제로 한다.

앞서 신한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각각 약 1000억원 가량의 상생금융 지원안을 발표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장황한 내용을 담은 향후 상생금융 검토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오는 20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이 모여 상생금융에 대해 의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전후로 KB금융이 추가 상생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내부통제… 리딩금융이라도 고강도 내부혁신은 불가피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상생금융뿐만이 아니다. 금융권 내부통제에 대한 눈초리도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다.

KB금융 역시 내부통제 관련 문제에서 벗어나 있진 않은 상황이다. KB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규모의 주식 매매 차익을 챙긴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고의적인 계좌 미신고 및 매매명세 미보고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국민은행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은행권 내부통제 관련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으며, 관련 문제로 소환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국감장에 불참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리딩금융 … '윤종규 시대'의 호실적,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양 차기 회장은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명도 갖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8년간 KB금융의 순익을 약 3배 이상 끌어 올리며 최근 2년 간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KB금융은 경쟁사인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을 수성하기도 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올해 KB금융의 리딩금융 수성이 유력하다.

KB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704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11.3% 감소한 순익을 기록하면서 KB금융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됐다.

◆글로벌 전략… KB금융의 약점, 과감한 전략 필요

KB금융이 도약하기 위해선 글로벌 부문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해외법인은 총 6개로 중국,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중심으로 이뤄져 있지만 여전히 경쟁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리테일 중심의 주택·국민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한계를 인정한다하더라도 경쟁사인 신한·하나·우리은행은 10여개의 해외 법인을 지니고 있으며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 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부코핀은행은 지난해까지 줄곧 순손실을 나타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수 후 5년 만인 올해 상반기엔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경영 정상화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계열사 CEO 인사… 쇄신의 폭 어떻게?

이런 가운데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 업무도 양 차기 회장이 처리해야 할 부분으로 거론된다.

당장 KB금융 계열사 CEO 10명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은 일반적으로 12월 중순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인사를 단행하는데, 양 차기 회장이 새롭게 수장으로 올라선 만큼 향후 계열사 CEO들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는 분위기다.

예상은 엇갈린다. 금융사 회장 교체기에는 통상적으로 계열사 CEO들의 교체폭은 상대적으로 적게 가져간다는 견해도 있지만 쇄신이 필요할 경우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의 실적과 내부통제 과실 여부, 금융 당국의 문책 이력 등이 고려될 것이란 분석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올해 3월, 임종룡 회장은 취임을 앞두고 임기간 만료된 8개 계열사의 CEO를 교체하는 강수를 취했다.

한편 양 차기 회장은 지난 17일 주총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KB금융지주 이사회와 윤종규 회장이 적극 추진해온 주주 환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아직은 원론적인 입장이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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