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콘솔 시장 영향력 강화 움직임… 과거 영광 찾을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P의거짓’ 흥행에 성공한 네오위즈가 세계 콘솔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3N’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이들이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네오위즈가 지난 9월19일 선보인 콘솔 게임 P의거짓은 해외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P의거짓은 고전동화 ‘피노키오’를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3인칭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이 작품은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첫 대작 소울라이크 게임으로도 출시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소울라이크는 일본 개발사 프롬소프트웨어가 개발한 ‘다크소울’ 시리즈에서 파생된 장르다. 높은 난도와 음울한 세계관 등이 주요 특징이다.
P의거짓은 출시 28일만에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PS), 엑스박스(Xbox) 등에서 누적 판매 100만장을 기록했다. 이중 90%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서 비롯됐다. 엑스박스 게임 구독 서비스 이용자를 포함하면, 실질적 화제성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단순한 판매량을 떠나, P의거짓이 국내 게임업계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게임 산업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7.9%였다. 반면 콘솔 게임은 5%에 그쳤다. 국산 콘솔 게임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에 불과했다.
그간 국내 게임사는 수익성이 높으면서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모바일 플랫폼 위주의 게임을 고집해 왔다. 이에 따라 해외 게임사와의 개발력 격차도 해를 거듭하면서 벌어졌다.
반면 네오위즈는 퍼블리싱을 통해 신작을 발굴하는 한편, 개발팀 라운드8을 출범해 4년간 P의거짓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에 앞서 리듬게임 ‘디제이맥스리스펙트’, 인디게임 ‘스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스언리쉬드’ 등을 콘솔로 내놔 노하우를 쌓았다. 개발 의지만 있다면, 국내 개발력으로도 충분히 콘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지난 15일 개최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P의거짓이 대상을 포함, 6관왕에 오른 것은 콘솔 시장 개척에 대한 업계 갈증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네오위즈는 현재 P의거짓 DLC(추가콘텐츠)와 후속작 개발에 돌입하는 한편, 오픈월드 슈팅 게임 신작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이달 13일에는 지난 2월 설립된 폴란드 신생 게임사 블랭크에 투자를 진행해 본격적인 콘솔 시장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블랭크는 폴란드 최대 게임사 ‘씨디프로젝트레드(CDPR)’ 출신 개발자 4인이 모여 설립한 게임사다. CDPR은 트리플A급 대작 콘솔 게임 ‘더위쳐’ 시리즈를 개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블랭크는 아직 신작이 없는 상황이지만, 네오위즈는 이들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랭크가 글로벌 흥행 게임의 개발 및 운영 등에 뛰어난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최적의 파트너라는 판단이다. 투자 금액은 1700만(한화 219억7000만원) 달러 규모다. 주식 취득을 마치면 네오위즈는 블랭크 지분 21.6%를 가진 2대 주주로 거듭나게 된다.
네오위즈는 블랭크와 전략적으로 협업해 글로벌 게이머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승철 네오위즈 공동대표는 “블랭크는 트리플A급 게임 영역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스튜디오”라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개발 스튜디오와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블랭크는 인공지능(AI)으로 붕괴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생존 어드벤처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종말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반전을 선사할 예정이다.
네오위즈가 콘솔 시장 선점을 바탕으로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이들은 2010년대 ‘스페셜포스’ ‘크로스파이어’ 등 흥행으로 업계를 선도해 나갔지만, 변화하는 업계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면서 부침에 빠졌다. P의거짓 흥행은 큰 변곡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게임사는 최근 과열되는 경쟁으로 인해 하나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콘솔 게임 점유율은 각각 40.5%, 37.7%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플랫폼이다. 네오위즈로선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든든한 주무기를 손에 쥔 셈이다.
네오위즈는 P의거짓 성공으로 올 3분기 매출 1175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57%, 286% 상승하며 흑자 전환했다. 신작 출시를 통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P의거짓이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한다. 이후 나올 네오위즈 신작 게임에 있어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용자들이 신작 기대감과 파트너사들과의 계약조건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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