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IT클로즈업] ‘글로벌 매출 비중 증대’ 숙원 가진 엔씨, 콘솔로 빛 볼까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SIE 짐 라이언(Jim Ryan) 대표.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가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을 주력 상품으로 가진 미국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을 29일 공식화했다. 엔씨소프트가 내놓을 다양한 신작을 콘솔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의미다. 또한, PC·모바일이 주축이었던 엔씨소프트 주력 타이틀의 콘솔 이식 작업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게임 제작사라는 엔씨소프트 위치를 전 세계에 확고히 알리는 동시에, 다수 신작의 플랫폼 다각화를 통해 해외 이용자와의 스킨십을 본격적으로 늘리겠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날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에 따르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와 엔씨는 글로벌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모바일 분야 포함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엔씨는 왜 소니를 택했을까?=SIE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보유 및 유통하고 있고, 이를 통해 콘솔 게임 타이틀을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중이다. 국내 콘솔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앞서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블리자드 인수 승인 당시 밝힌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의 소니 점유율은 70~80%다.

MS가 블리자드 인수를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엑스박스(XBOX)의 전 세계 콘솔 시장 점유율은 16%, 매출 점유율은 21%다. SIE 플레이스테이션 및 닌텐도(NINTENDO)의 점유율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자료에서 MS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글로벌은 물론 미국에서 콘솔 시장을 꿰차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솔 게임 시장은 글로벌, 특히 북미·유럽을 노리는 한국 게임사라면 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콘솔 게임 시장은 여전히 영미권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시장 규모가 197억달러(한화 약 25조3600억원)로 확대돼 비중은 35.8%로 2020년 32.4%보다 확대됐다. 2위 영국도 시장 규모가 11.2%로 2020년보다 비중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엔씨는 그간 해외 이용자 점유율이 높은 콘솔 게임보다는 국내 이용자가 주로 즐기는 플랫폼인 PC·모바일게임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엔씨 숙원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는 일이었음에도, 탄탄한 국내 매출 때문에 내수 중심 활동을 펼쳐온 셈이다. 그러나 올해 엔씨는 분기별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쓴 맛을 봤다.

먼저,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국내 게이머들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역성장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는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규모를 788억달러(약 106조3400억원)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 대비 9% 하락한 규모다. 상황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엔씨의 주력 타이틀 장르였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경쟁작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동장르 간 경쟁은 2020년대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심화됐다.

엔씨는 그간 숙원을 위해 해외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콘솔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지만, 이날 SIE와의 협력으로 콘솔 시장 및 글로벌 저격을 본격화했다. 올해 들어 계속된 실적 부진에, 장르 및 플랫폼 다각화 전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게임사들이 빠르게 외형과 내실을 다지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인 점도 엔씨의 콘솔 시장 진출 본격화를 당긴 요인으로 보인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엔씨 PC·모바일 타이틀→콘솔 플랫폼 이식 작업도 활발해질 듯=다만, 엔씨는 콘솔 게임 대표 타이틀이 사실상 전무하다. 오는 12월7일, 11년만의 신규 지식재산권(IP)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이 PC·콘솔 신작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뿐이다.

엔씨가 현재 PC와 모바일에 걸쳐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콘솔 이식 작업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우선 ‘리니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PC 게임 리니지, 리니지2를 비롯해 이를 모바일게임으로 선보인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총 5개를 서비스 중이다.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 ‘아이온’ 등도 엔씨 주요 매출원 구성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들이다.

엔씨는 PC 흥행작을 모바일에 성공적으로 옮겼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온 만큼, 주력 타이틀들을 콘솔 게임으로 이식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흥행 게임을 콘솔로 이식하는 작업 자체는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들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예컨대 넥슨은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데이브 더 다이버’ 등 다양한 흥행작을 필두로 신작 프로젝트까지 콘솔 기기 플레이를 지원 중이다. 호요버스에서도 인기 턴제 역할수행게임(RPG) ‘붕괴:스타레일’을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으로 선보이면서 국내 서브컬처 팬들을 콘솔 기기 앞으로 집합시켰다.

엔씨 콘솔 게임 대표 주자가 될 출시 예정작 TL 또한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간다. 리니지의 비즈니스모델(BM) 방식을 따르지 않고, P2W(Pay-to-Win, 페이투윈)과는 다른 글로벌 시장 트렌드, 해외 이용자 특성이 적극 반영될 방침이다. SIE 또한 오리지널 콘솔 게임을 모바일게임으로 이식하는 작업을 엔씨와 적극 논의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엔씨 게임의 대중화와 글로벌 영역 확장을 위해 많은 것을 고려 중”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방면의 여러가지 시도를 여러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성공을 이뤄야만 저희 입장에서 약점으로 보였던 사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