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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독전2'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

채성오 기자

'콘텐츠뷰'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합니다. 기사에 스포일러나 지나치게 과한 정보(TMI)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지난 1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독전2(Believer2)'는 오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독전'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웰메이드 영화'로 평가받았던 만큼, 후속작에 대한 관심도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독전2에서 주변 인물이 돼 버린 조원호(조진웅 분) 형사. [ⓒ 넷플릭스]
독전2에서 주변 인물이 돼 버린 조원호(조진웅 분) 형사. [ⓒ 넷플릭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독전2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가혹한 혹평 세례를 받았다. 독전의 주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전작과의 개연성이 부족한 데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이 선생'의 존재감도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독전2를 독전과 비교하면 개연성 측면이 부족해 보이지만, '미드퀄(Midquel)'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드퀄은 전작 이야기의 '중간 지점'을 다루는 전개 방식으로 크게 '스핀오프'와 '외전' 형태로 구분한다.

스핀오프의 경우 오리지널 작품과 분리된 형태의 이야기를 다루는 한편 외전의 경우 원작의 이야기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작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스핀오프와 외전의 개념이 혼합된 작품도 즐비한데, 독전2도 이런 공식에 대입해 본다면 색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 선생 그리고 진하림

독전2가 독전의 계승작이자 스핀오프와 외전의 혼합 장르라고 본다면 '이 선생'의 역할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앞서 독전2의 전작 독전에서는 '서영락(류준열 분)'이 이 선생을 자처한 '브라이언(차승원 분)'을 응징하는 동시에 베일에 싸여있던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반면, 독전2에서는 사실 '서영락(오승훈 분)'이 이 선생이 아니며 진짜 '이 선생(티지 마 분)'은 따로 있다는 설정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서영락=이 선생' 공식에 익숙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독전에서 죽지 않고 생존한 '브라이언(차승원 분)'은 향후 세계관에서 승기를 잡는다. [ⓒ 넷플릭스]
독전에서 죽지 않고 생존한 '브라이언(차승원 분)'은 향후 세계관에서 승기를 잡는다. [ⓒ 넷플릭스]


다만, 독전2가 독전의 지식재산권(IP)를 활용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설정이라면 이야기를 원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영락이나 '조원호(조진웅 분)'가 아니다. 오히려 '진하림(변요한 분)'을 통해 이야기의 변주를 주려 했던 제작진의 숨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독전의 '진하림(故김주혁 분)'은 중국 마약시장의 거물이자 '길림성파' 두목으로 설정됐다. 진하림은 독전 세계관에서 마약 제조의 1인자로 불리는 이 선생을 직접 만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 인물이지만, 독전2에서는 이 선생의 부하 혹은 양아들을 연상케한다.

독전2의 진하림은 이 선생을 사칭하는 인물들을 찾아내 처벌하는 인물로, 어딘지 모르게 류준열이 연기한 전작의 서영락과 닮아 있다. 자신을 사칭하는 이들을 찾아내 죽이거나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독전의 서영락과 존경의 마음으로 이 선생 사칭범을 단죄하는 독전2의 진하림은 모두 '가짜를 벌하는 인물'이다. 이를 통해 '그릇된 신념과 오만함은 파멸을 부른다'는 메시지가 독전 세계관을 관통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게 한다.

독전2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 선생 추격자가 된 '서영락(오승훈 분). [ⓒ 넷플릭스]
독전2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 선생 추격자가 된 '서영락(오승훈 분). [ⓒ 넷플릭스]


극의 중심이 되는 이 선생의 역할도 큰 차이를 보인다. 독전의 이 선생은 극에 긴장감을 더할 뿐 아니라 서영락과 조원호의 신념을 대변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에 반해 독전2의 이 선생은 중반부터 정체를 드러내면서 서사의 중심에서 빠르게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다.

독전2의 이 선생은 흡사 영화 '도둑들'에 등장했던 '웨이홍(기국서 분)' 정도의 위치로 전락한다. 대신 독전2는 '서영락이 이 선생을 쫓는다'라는 설정을 통해 조원호가 맹목적으로 쫓았던 신념의 가치보다 더 설득력있는 서영락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노력한다.

이처럼 독전2는 독전 세계관의 '공식'을 답습하면서도 중심 인물에 변주를 주는 형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선생과 서영락이라는 중심 인물의 서사를 180도 비틀어 놓음으로써, 배우 교체가 주는 이질감을 오히려 극대화하는 강수를 둔 것처럼 보인다.

◆'더 비기닝' 아닌 '2'인 이유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지만 타이틀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독전2의 경우, 전작의 서사를 발췌한 미드퀄 형태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넘버링은 다음 이야기를 뜻하는 '2'를 붙였다.

독전2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설정도 적지 않다. 극 중 이 선생과 서영락이 각기 다른 존재로 표현되는데다, 전작과 같은 인물들이 연기한 농아 남매조차 각각 '만코'와 '로나'라는 새 이름으로 설정됐다. 진하림이 이 선생의 측근이었다는 설정도 여기에 포함된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여기에 독전과 독전: 익스텐디드컷(감독판)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서영락의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전작과 다른 엔딩으로 끝맺음한 부분을 감안할 때 '독전2'는 최적의 네이밍인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전2를 미드퀄로 구성했음에도 '더 비기닝(The Beginning)'이나 '제로(ZERO)'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은 것이라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독전에서 조원호가 '차수정(금새록 분)'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형태의 드라마인 '독전0'가 별도 제작될 예정인 것만 봐도 해당 시리즈는 독전 IP 기반 2차 창작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전2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영어 제목(Believer)처럼 각자의 신념을 쫓아 폭주하는 인물들을 그려낸 독전과 독전2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콘텐츠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보기엔 전개 방식이나 표현이 친절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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