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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바람도 못 식힌 열기… ‘로스트아크’ 대축제, 킨텍스 깨웠다

문대찬 기자
15일 개막한 디어프렌즈 페스타. 포토존이 대형 모코코.
15일 개막한 디어프렌즈 페스타. 포토존이 대형 모코코.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이른 새벽부터 내린 비 때문일까, 15일 오전 9시께 찾은 일산 킨텍스 2전시관 내부는 유난히 더 적막했다. ‘로스트아크’ 역대 최대 규모 오프라인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기엔 다소 기이하리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오로지 사전 예매로만 모험가(로스트아크 이용자)를 초대했다고는 하지만, 비바람을 동반한 궂은 날씨가 이들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행사장이 위치한 지하 1층으로 걸음을 옮기자, 입장 차례를 기다리는 모험가들로 이미 긴 대기줄이 형성돼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행사 개막 2시간 전인 오전 7시께부터 행사장을 찾아 킨텍스를 깨웠다. 심지어 몇몇은 ‘오픈런’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방한 도구 등을 챙겨 행사장 주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 중앙 광장에 자리한 코스어의 모습.
행사장 중앙 광장에 자리한 코스어의 모습.

‘디어프렌즈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이날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개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사전 예매 시작 후 전일 티켓이 모두 10분 만에 마감됐다. 쇼케이스가 열리는 17일자 티켓 판매 당시엔 과열된 경쟁으로 홈페이지가 먹통이 될 정도였다. 1매당 5000원인 티켓이 수십 배 뛴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암표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15일과 16일 양일간은 약 2600여명의 모험가가, 17일에는 3000여명의 모험가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모험가님, 어서오세요!” 로스트아크 내 논플레이어블캐릭터(NPC) 모습으로 분한 스태프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입장하자, 루테란식 분수 모형을 중심으로 펼쳐진 로스트아크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에 맞게, 로스트아크 주 무대인 ‘루테란’을 고스란히 옮겨둔 모습이었다.

모험가가 직접 만든 소품들이 전시돼있다.
모험가가 직접 만든 소품들이 전시돼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붙든 건 ‘루테란성’이었다. 천장에 닿을 듯한 높이로 구현된 루테란성 구조물은 멀리서도 그 위용이 느껴질 정도였다. 모험가 행렬로 특히 붐빈 장소도 이곳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열에 체념하고 걸음을 돌리는 모험가도 상당했다. 루테란성 내부는 로스트아크 세계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할 수 있는 대형 LED 영상관으로 구성됐다.

굿즈샵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대기열이 길어 예약제로 운영했는데, 이마저 포화에 이르러 중단할 정도였다. 이날 판매한 ‘모코코 시그니처 무드등’은 개장 1시간 만에 품절됐고, 나머지 모코코 관련 품목들도 4시간이 채 되지 않아 동이 났다. 스태프가 대기열 상황을 설명하자 한 모험가는 “놀이공원에 온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2인이 협동해 참여할 수 있는 로스트아크 미니게임이 마련된 ‘루테란 광장’, 대형 모코코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코코 광장’에도 이에 못지않은 모험가가 몰려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코스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모험가들도 있었다. 일부는 ‘월페이퍼’가 마련된 공간을 찾아 로스트아크 5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거대 공연장에서 특별 공연이 시작되자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루테란성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임한 윤성조(29), 신수용(28)씨.
루테란성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임한 윤성조(29), 신수용(28)씨.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신수용(28‧카제로스 ‘수롱해’)씨는 “감회가 새롭다.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일단 굿즈샵과 게임존을 둘러봤는데 정말 좋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동행한 윤성조(29‧니나브 ‘윤쨈미’)씨는 전쟁 같았던 예매 과정을 떠올리면서 “동생이 티켓 구매에 일가견이 있다. 인터넷 창을 3개나 켜서 예매에 성공했다. 오길 잘했다”며 기뻐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철저한 행사 준비에 박수를 보내는 모험가도 있었다. 3년간 로스트아크를 즐겼다는 이명준(27)씨는 “신기하면서 재미있다”며 “스마일게이트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행사 외형도 그렇고 팔찌나 프레스 등 곳곳에서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난다. 입장 전에 대기할 수 있는 홀을 마련해준 것도 좋았다”고 귀띔했다.

미니 게임 체험존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험가들.
미니 게임 체험존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험가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모험가들의 쾌적한 관람 환경 마련에 공을 들였다. 미리 행사장을 찾을 모험가를 위해 행사장 근처에 이들이 머물 수 있는 홀을 따로 대관했다. 음식물을 구매할 수 있는 ‘푸드스트릿’을 행사장 내 마련하고, 취식할 수 있는 장소도 따로 제공해 모험가가 장기간 행사장에 머물러도 부담이 없도록 했다.

암표에도 적극 대처했다. 암표상과 접촉해 티켓을 재구매했고, 이를 추첨을 통해 모험가에게 공유했다. 적발된 암표상은 향후 로스트아크 관련 행사 티켓을 구매할 수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는 게 스마일게이트 설명이다.

윤씨는 “일요일(17일) 티켓을 갖고 싶었는데 암표가 극성을 부리니 화가 나더라”면서도 “암표를 다시 모험가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나. 스마일게이트 노력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로스트아크 5주년을 축하하는 월페이퍼가 빼곡하다.
로스트아크 5주년을 축하하는 월페이퍼가 빼곡하다.

이날 모험가들은 로스트아크가 변함없이 소통에 힘써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로스트아크는 개발진과 이용자의 쌍방향 소통이 돋보이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을 거듭해 현재는 국내를 대표하는 MMORPG로 성장했다.

윤 씨는 “이대로만 했으면 좋겠다. 이용자들이 다양하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 시즌1은 좀 아쉬웠지만 시즌2는 좋았다. 시즌2 만큼만 하면 그게 최고”라고 웃어 보였다.

초보 모험가라고 밝힌 신 씨는 “로스트아크를 한지 3개월이 됐다. 재밌는데 ‘뉴비’가 해야 될 게 많다. 그런 것만 조금 더 완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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