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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알뜰폰 진출’ 설왕설래…정부도 ‘금산분리’ 신중모드

권하영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체험공간 '알뜰폰 스퀘어' 모습 [Ⓒ 디지털데일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체험공간 '알뜰폰 스퀘어' 모습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검토 중인 가운데, 금융권의 잇따른 알뜰폰 시장 진출을 두고 각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구나 정부 또한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두고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우리은행을 비롯해 당분간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예상보다 더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적으로 알뜰폰 사업 추진을 검토하면서 통신사 망을 임대하기 위한 도매 절차를 따져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공식화할 경우, 국민은행에 이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두 번째 은행 사업자가 된다. 그동안 통신사들과 제휴 형태로 결합형 요금제를 출시한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알뜰폰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사례는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규제특례를 받아 한시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가,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함에 따라 사실상 정식 인가를 받았다. 금산분리 규제를 받는 은행이 부수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게 한 것인데, 국민은행이 그 첫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다만 남은 절차가 있다. 금융위는 알뜰폰의 부수업무 지정 당시 ①건전성 훼손 방지 ②소비자 보호 ③과당경쟁 방지 ④노사 상호 업무협의 등 4가지 조건을 부과하고, 매년 운영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다. 국민은행은 이러한 계획과 함께 부수업무 신청을 해야 하고, 신청이 이뤄지면 금융위가 7일 이내 공고를 확정한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아직 부수업무 신청을 하지 않았다. 비록 금융위로부터 부수업무 지정 이후 최대 1년6개월의 특례 기간 연장을 받긴 했지만, 지난 4월 부수업무 지정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벌써 8개월째 어떤 제스처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부수업무 신청과 관련한 모든 실무적 준비를 이미 다 마친 상황으로 안다”며 “하지만 언제 신청을 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우리은행과 같은 다른 은행들의 경우 금융위가 부수업무 공고를 확정해야 별도 신고 없이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부수업무 신청이 마냥 늦어지면 다른 은행들의 알뜰폰 사업 진출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국민은행의 부수업무 관련 절차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를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완화 기조가 달라진 것에서 찾는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를 포함한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 허용을 골자로 하는 금산분리 규제완화 방안을 지난 8월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무기한 보류한 상황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일부 업계 반발이 나오면서다.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 문제만 해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금융기관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불허해야 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가 지난 5일 세 번째 반대 성명을 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금융권이 출혈경쟁을 유도해 알뜰폰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이유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몇달 전만 해도 ‘정책현안에 예민한 국정감사 시즌만 지나면 금융당국이 부수업무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시 쏙 들어갔다”며 “금산분리와 관련해 정부가 속도조절을 하고 있고, 또 국민은행 자체로도 개인정보 관리소홀 이슈 등으로 계속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부수업무 신청을 서두르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부수업무 신청을 늦게 할수록 다른 경쟁 은행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최대한 늦출 수 있지 않나”며 “국민은행은 이미 1년6개월간 특례기간 연장을 받았고 그 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굳이 경쟁사들 문을 열어주면서까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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