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시회 E3, 역사 뒤안길로… 지스타 미래는?
[디지터데일리 문대찬 기자]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로 꼽힌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이하 E3)’가 28년 만에 폐지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게임 산업 환경이 배경으로 꼽힌 가운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E3를 주최해 온 ESA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년 넘게 매번 더 크게 열려왔던 E3가 작별의 시간을 맞이했다. 그 모든 추억에 감사하다”며 E3 폐지를 공식화했다.
1995년 출범한 E3는 유럽의 ‘게임스컴’, 일본의 ‘도쿄게임쇼(TGS)’와 함께 3대 게임 전시회로 분류됐다. 이중 으뜸으로 꼽히던 때도 있었다. 매년 수백 개 업체가 신작 게임과 관련 기기를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회로 자리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링’, 닌텐도의 닌텐도64,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등이 E3를 통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입지가 급변했다. E3는 업계 관계자 대상으로만 개방하는 B2B(기업) 중심의 전시회 성격을 띠었다. 티켓 수량이 극히 제한돼 일반인 참가자 수가 적었는데, 이로 인해 막대한 참가비 대비 마케팅 효과가 불확실한 점이 지속적인 한계로 지적 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 여파로 오프라인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자, 온라인으로 신작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분위기가 싹트면서 E3는 설 자리를 잃었다. 온라인 발표를 위주로 소소한 체험을 곁들인 ‘서머 게임 페스트’와 같은 신흥 전시회의 등장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E3 폐지로 오프라인 게임 전시회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게임 유통 경로가 온라인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전시회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임 산업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생존을 건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최근 오프라인 게임 전시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 이용자 체험 중심의 콘텐츠를 마련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성과는 나쁘지 않다. 지난 6월 열린 게임스컴에는 지난해보다 약 6만명 많은 32만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특히, 온라인 전야제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는 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번 행사에는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도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던 국내 전시회 지스타 역시 경쟁력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올해는 게임 시연을 중심으로, 서브컬처 팬들을 위한 행사 ‘서브컬처 페스티벌’ 등 갖가지 부대 행사와 ‘FC PRO 페스티벌’ 등 이스포츠 행사를 마련해 방문객 발걸음을 유도했다.
나흘간 지스타를 찾은 방문객은 19만7000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만3000명 늘었다. 온라인 방송으로 지스타를 지켜본 시청자 수도 94만4000여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시회 수요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위기론이 있었지만 지스타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국내 게임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지스타는 여전히 매력적인 전시회일 것”이라며 “최근 중국 게임사 등 해외 게임사가 지스타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고무적이다. 벡스코 제3 전시장 건립 얘기도 나오는 만큼, 이에 따른 볼거리나 즐길거리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지스타의 불분명한 정체성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스타 개최 당시 총괄부장을 맡았던 동양대학교 김정태 게임학부 교수는 “올해 지스타를 찾았지만 이전과 같은 열기는 감지하기 힘들었다”며 “지스타 개최지 변경을 고려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부산은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해외 바이어나 게이머가 찾기엔 지리적으로 너무 먼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산과 성남 일대를 개최지로 추천하면서 “개발사가 모인 판교 일대를 참여형 축제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바이어들의 사옥 투어도 자연스레 가능하다. 이스포츠 축제와 연계하는 방법도 좋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만드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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