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제4이통 도전 3사 '동상이몽'…투자금 확보·운용 계획은?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꿈꾸는 후보업체 3곳의 경쟁이 본격화된다. 이동통신 3사가 반납한 28㎓ 주파수 대역에 할당 신청을 낸 ▲세종텔레콤 ▲스테이지파이브 ▲미래모바일은 각각 단일 신청, 법인 설립(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 구성(마이모바일 컨소시엄) 등 신청 단계부터 운용 계획까지 저마다의 방법을 고수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조용한 세종텔레콤 "추이 지켜볼 것"
세종텔레콤은 신청 접수 마감일 당시 가장 빠르게 접수했던 모습과 달리 현재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파수 할당 신청법인을 대상으로 전파법·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결격 사유 해당 여부를 검토하고, 적격 여부 통보 및 주파수 경매를 진행하는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신중히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21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 심사가 우선이지만 만약 심사를 통과해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더라도 출혈경쟁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세종텔레콤이 해당 경매에서 낙찰자가 돼 제4 이동통신 사업을 하더라도 일반고객(B2C)보다는 기업간 거래(B2B)·정부 사업(B2G)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28㎓ 대역은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하기 때문에 B2C 서비스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기지국을 보다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실제로 28㎓ 주파수 대역 전국 단위 기준 최저 경쟁가격은 742억원으로, 이는 이동통신 3사가 지불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해당 경매가 단일 후보 체제가 아닌 만큼 경매에 돌입하면 경쟁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연간 3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둬들이는 세종텔레콤이지만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로 위기를 자초하진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세종텔레콤은 2020년 기준 연매출 약 2794억원을 기록한 후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만 약 324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세종텔레콤이 별도의 재무적 투자자(FI)나 협력사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초기 투자 및 설비 투자 등에 대한 자금은 교환 사채 등 회사채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앞서 지난 5월 세종텔레콤은 증권사가 설정한 펀드들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사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는데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보통주 65만6167주를 활용한 바 있다.
이번달에도 세종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가 발행한 보통주 86만9565주를 통해 400억원의 EB 발행을 결정한 바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 등에 쓰이며, 지난 3분기 기준 현재 세종텔레콤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년 대비 135억원 가량 줄어든 약 231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기간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금융자산은 약 227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889억원 늘었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진행하고, 지금은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스테이지파이브 연합군 "법인 등기 아직"
주요 기업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신규법인 '스테이지엑스(가칭)'를 설립한 스테이지파이브는 28㎓ 주파수 대역에 할당 신청을 낸 기업 중 가장 상세하게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해당 법인은 현재 등기 과정을 마치지 않은 상태이며, 법인명도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현행법과 연관이 있다. 현행 상법 제22조에는 '타인이 등기한 상호는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의 상호로 등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테이지엑스(Stage X Co.,Ltd.)'라는 상호는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 법인은 해당 기업과 영위하는 사업 분야가 다르지만 상호명이 동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스테이지엑스'를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이 설립한 법인은 가칭으로 설정한 상호명을 확정하는 등의 등기 과정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 19일 28㎓ 주파수 대역 할당 신청 시 발표헀던 계획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스테이지파이브는 법인 설립 소식과 함께 ▲국내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가계통신비 절감 ▲5G 28㎓ 기반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는 3대 목표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스테이지엑스는 향후 3년간 총 90개의 핫스팟에 6000여개 이상의 무선기지국을 구축하고 B2B(기업간 거래) ·B2C(일반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리얼 5G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28㎓대역이 가진 주파수 특성을 고려해 대학교, 병원,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 유형별 선도기업 및 단체와의 구축을 우선으로 하며, 충분한 실증 후 확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실증은 이공계 특수대학인 KAIST(과학기술원)의 ICT 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며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 함께 실증기간 5G 기반 의료 사물인터넷(IoT) 기기, 의료 영상, 로봇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한편 진료·물류·AI(인공지능)를 활용한 융합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관련 계획의 착수·진행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스테이지엑스 측은 FI로 참여한 신한투자증권의 자금력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스테이지엑스의 FI로 참여하기 전인 2021년 9월부터 스테이지파이브의 투자자로 합류했고 포괄적 동반성장업무협약을 체결한 이래 꾸준히 금융주관 및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 자체적으로는 지난해 기준 약 271억원의 매출과 55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긴 힘들어 보이지만 금융권 FI를 확보한 만큼, 자금력 면에서는 걱정을 한 시름 놓은 모양새다.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아직 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이며 법인명의 경우 가칭이었던 만큼 중복·사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미 공지한 파트너사 외에 현 단계에서 신설법인에 참여한 협력사를 추가 공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미래모바일 "중저대역 감안 자본금 1조 계획"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파수 할당 접수를 신청했던 미래모바일은 마감일 당일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서류 미비'를 이유로 한 차례 거절당했으나 재접수에 성공하며 관련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모바일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인프라 분야 전문 자산운용사 등이 주주로 참여한 데 이어 영국 통신사 '보다폰(Vodafone)'과 제4 이동통신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사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이 보다폰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배경은 전 세계 35개국, 50여개 통신사와 협력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트워크 노하우와 호주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FWA(광대역무선인터넷) 기술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측은 보다폰의 글로벌 네트워크 노하우를 빠르게 국내 이동통신 환경에 접목시켜 주파수를 할당받게 될 경우 사업 초기부터 전 세계 로밍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호상 미래모바일 대표는 "통신 사업은 아무래도 규제 사업이다보니 국내에서 (이 곳에 투자할) 대주주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다양한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보다폰과 협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측은 향후 전국망 구축을 위해 1조원까지 자본금을 증자할 예정이며, 이 중 보다폰을 통해 최대 49%까지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 FI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해당 컨소시엄에 국내 5대 은행 중 한 곳이나 관련 금융계열사가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컨소시엄이 목표로 제시한 자본금 규모가 다른 후보군에 비해 큰 만큼 유력 금융사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자본금 규모가 1조원인 만큼 2.3㎓ 저주파수 대역 추가 할당을 통한 사업 계획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예상된다'는 목소리도 유력 금융사의 합류가 유력해보이는 결정적 이유다. 앞서 컨소시엄 측은 "당분간 28㎓ 대역만으로는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에 2.3㎓ 저주파수 대역 추가 할당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컨소시엄 측은 28㎓ 주파수를 할당받을 경우 관련 통신사업에 집중하고 추후 정부와의 논의를 거쳐 2.3㎓ 저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할당받아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호상 미래모바일 대표는 "28㎓ 대역을 할당받게 돼 성실하게 관련 계획을 순차적으로 이행한다면 정부도 2.3㎓ 저주파수 대역에 대해 전향적인 결정(추가 할당)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재무적 안정성이 가장 우선시 되다보니 보다폰 및 보다폰 파트너들과 연계해서 안정적인 해외 투자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은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증자로 안정적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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