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강도 게임 규제, K-게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중국 당국이 고강도 게임 규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익모델(BM)로 삼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국산 작품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중국이 최근 게임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인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는 게임사 주요 수익원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 담긴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 초안을 발표했다. 게임사는 일일 게임머니 충전 한도를 설정해야 하고,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합리적인 추첨횟수 및 확률을 안내해야 한다. 미성년자는 확률형 아이템 구매조차 불가능하다. 비합리적인 소비 행동이 감지되면 팝업 등을 이용해 의무적으로 경고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에 매일 접속하거나 연속해서 게임에 지출할 경우 보상을 주는 방식의 마케팅도 금지된다. 출석 일수나 게임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출석체크’나 ‘배틀패스’가 이에 해당한다. 당국은 금지 행위 발각 시 일정 기간 내 시정·경고·위법 행위로 인한 수익을 모두 몰수하도록 했다.
고강도 규제안 발표 직후 중국 대형 게임사 주가는 크게 휘청였다. 대형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넷이즈 시총은 홍콩에서 22일 하루에만 약 800억 달러(약 103조5200억원) 증발했다. 중국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국내 게임사 주가도 나란히 내리막을 탔다. 특히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던 데브시스터즈(14.9%)와 위메이드(13.4%), 넷마블 (5.6%) 등은 큰 낙폭을 보였다.
증권가는 국내 게임업계 전망을 어둡게 점치고 있다. 해당 규제안이 국내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을 사실상 저격한 것과 같아서다. 규제안에는 게임 내 거래 시스템인 경매장 시스템 규제, 이용자 간 강제 전투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용자 간 경쟁 과열을 이용해 성장에 필요한 금액을 지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국산 MMORPG 방향성과는 어긋나는 지침이다.
중국으로부터 외자 판호(허가증)를 발급 받은 국산 작품 대부분은 MMORPG다. 판호 발급 재개가 이어지고 출시를 목전까지 두면서 무르익었던 중국 진출 기대감이 단번에 식었다는 평가다.
다올투자증권 김하정 연구원은 “2021년 중국 게임 규제 암흑기 당시 크래프톤 등 중국 관련 게임사 실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들은 흥행이 부진했었다”며 “중국 게임 규제 완화 기조가 변화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온전한 주가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도 “당장 영업적 손실보다는 추가 규제에 대한 위험 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구간에 놓였다”며 “그간 (게임 규제에 대한) 완화된 정책 방향성이 재차 강화되는 시기인 만큼 중국 비중이 높은 업체들에 대한 포지션을 낮출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을 앞세워 중국에서 성과를 거뒀던 국산 게임이 희소한 만큼, 규제가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용자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서구권과 콘솔 플랫폼으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 가운데선 BM 수정 작업이 이뤄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국산 작품 전반에 대한 우려보다는, 게임‧장르별로 각각의 전망을 가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이투자증권 윤예지 연구원은 “이번 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임 장르는 인당 과금액이 큰 MMORPG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게임별로 영향 여부를 판단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연구원은 “규제 타깃인 수익모델 게임으로 중국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게임 상장사가 실질적으로 없다”며 “크래프톤 ‘화평정영(배틀그라운드모바일)’의 경우 P2W(페이투윈‧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 요소가 미약하다. 위메이드는 중국 ‘미르’ 지식재산권(IP)의 인지도를 감안했을 때 흥행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내년 1월22일까지 업계 및 이용자의 의견을 받아 최종안을 결정한다고 밝힌 만큼, 상황을 더 관망해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당국은 지난 25일 중국 게임 105종에 내자 판호를 발급하는 등 게임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내자 판호가 100개 이상 쏟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3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 매출액은 올해 처음으로 3000억달러(약 387조7200억원)을 넘어섰다. 이용자 수도 6억680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을 중국 당국이 섣불리 규제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NPPA는 “이번 초안은 온라인 게임 산업의 번영과 건전한 발전을 보장하고 촉진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초안 제17조, 제18조 및 기타 내용 관련 당사자가 제기한 우려사항과 의견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기타 당사자의 의견을 계속 경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대거 내자 판호가 발급된 건 게임산업 육성 의지가 여전하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아직까지도 모호한 판호 발급 기준과 다르게 이번 규제안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차라리 가이드가 있으면 대처하기 편하다. 중국 한도 규모 등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게임사들은 이날 28일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중국 시장에 차례로 게임을 선보인다. 데브시스터즈는 소셜 역할수행게임(RPG) ‘쿠키런: 킹덤’을 이날 중국에 출시했다. 많은 이용자를 바탕으로 매출을 견인한 캐주얼 게임인 만큼, 규제가 공식화되더라도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 예약자만 100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중국 내 기대감도 높다.
이외 넷마블은 ‘제2의나라: 크로스월드’를 내년 상반기, 위메이드는 ‘미르M’을 내년 4분기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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