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생성한 이미지에 저작권 인정… 이례적 사례 주목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중국에서 이례적 법원 판결이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 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AI 생성물을 저작물로 보지 않는 것과 배치되는 결정이다.
해당 판결은 작년 11월27일 중국의 베이징 인터넷법원(이하 인터넷법원)에서 내려졌다. 인터넷법원은 소송제기부터 판결까지 모든 소송 절차를 인터넷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중국의 온라인 소송 플랫폼이다.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전자상거래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데,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가 주요 업무다.
중국인 리(Li)가 자신이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라는 생성형 AI가 만든 여성 이미지를 리우(Liu)라는 인물이 도용했다며 고소한 것이 사건의 골자다. 리가 중국의 인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훙수’에 업로드한 것을 블로거인 리우가 허락 없이 사용했다.
리는 탄원서를 통해 “피고(리우)가 콘텐츠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5000위안의 경제적 손실을 지급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리우는 “법원이 이번 일을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원고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원고(리)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이 너무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사건을 접수한 인터넷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AI로 생성된 이미지의 원본 및 이미지가 생성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하게 안내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리가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생성한 이미지는 단순히 몇몇개 명령어를 입력해 만들어낸 것이 아닌 다양한 명령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설정값도 공들여 변경해 만들어낸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 인터넷법원은 “원고는 저작권 침해 혐의가 있는 이미지가 예술 작품이라고 주장한다”며 “분쟁 대상 이미지는 일반인이 보는 일반 사진이나 그림과 다르지 않다. 이는 명백히 예술 분야에 속하며 일정한 표현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원고는 해질녘 아름다운 여성의 초상화를 실사 형태로 그리기를 원했고 이에 따라 명령어를 입력했다. 아트 유형은 ‘초실사’, ‘컬러사진’으로, 피사체는 ‘일본 아이돌’, 환경은 ‘야외’, ‘황금 시간대’, ‘역동적인 조명’, 인물 표현은 ‘멋진 포즈’,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 등으로 설정하고 관련 파라미터를 설정했다”며 “이미지를 구상하는 순간부터 최종 선택하기까지 캐릭터의 표현을 디자인하고, 명령어를 선택하고, 명령어 순서를 배열하고, 관련 매개변수를 설정하는 등의 지적 입력을 수행했다”고도 밝혔다.
인터넷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모든 지적 성과가 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분쟁 이미지는 독창성이 인정된다며 “저작권 제도의 핵심 목적은 창작을 장려하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도 사람의 독창적인 지적 입력이 반영된 것이라면 저작물로 인정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리우에게는 500위안의 손해배상금이 책정됐다. 한화로 9만원 상당이다.
특허 전문 블로그를 운영 중인 미국 미주리 법과대학 데니스 크라우치(Dennis Crouch) 교수는 해당 사건을 조명하며 흥미를 나타냈다. 그는 “해당 판결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저작권법을 확대하는 데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잠재적으로 중국을 AI 창작물 보호의 최전선에 서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는 하급 법원의 결정일 뿐 중국의 정책 성명은 아니다. 버클리의 IP 학자 위안하오(Yuan Hao)는 이메일을 통해 중국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선전의 한 법원에서는 유사한 사건에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고도 부연했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소개하며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건”이라며 “올해 AI 저작권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다양한 판결 사례들이 나타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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