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 플랫폼의 반칙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다”라며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가칭)’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랫폼법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자사우대나 끼워팔기 등 4가지 사항을 금지 및 사전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산학계와 플랫폼 입점 판매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은 ▲소비자와 소상공인 부담 가중 ▲자율규제 국정과제와 정면충돌 ▲다수 전문가와 미국 정부도 반대 등을 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0개 소비자단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 기만행위와 안전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소비자단체들은 플랫폼이 거대화·독점화하며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폐해를 막기 위한 플랫폼법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대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노력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소비자단체 조언 및 비판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소비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화답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지난 15일과 17일, 18일 3일에 걸쳐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도 만났다. 이들과 진행한 신년간담회에서 플랫폼법 협조도 요청했다.

이에 정보기술(IT)업계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공정위가 향후 규제 대상이 아닌 대기업을 만나 법 추진에 대한 협조를 부탁한 데 우려를 표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업계를 포함한 디지털경제연합에 간담회 개최를 약속했지만, 업계 취소로 진행하지 못했다”라며 “업계가 요청하면 언제라도 소통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관계부처와 플랫폼법 협의를 마무리한 뒤 구체적 내용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 9일 국내 IT협회 연합체인 디지털경제연합과 간담회를 갖고 플랫폼법 내용을 논의하려 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디지털경제연합 측에선 공정위가 법안 가이드라인 초안조차 공유하지 않아 논의 자체가 의미없어졌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