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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뉴삼성] 어렵게 푼 사법 리스크…남은 숙제는 '상속세⋅등기임원'

배태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불법승계 등으로 오랜 기간 법원을 들랑날랑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이 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의 정당성을 부여 받았다.

다만, 막강한 지배 구조 아래 완전 경영 복귀를 이루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등기 임원 복귀를 비롯해, 오너 일가에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속세' 문제를 더는 것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 승계 정당성 인정…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 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그간 불법 승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 경영인으로서 집중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런 그에게 승계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다는 것은 지금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이 회장의 지배력 자체를 부정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故 이건희 선대 회장 서거 이후, 이 회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을 지배구조 정점으로 올려놓음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랐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가졌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1주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함으로써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7일 기준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8.10%로,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이외 모친 홍라희 리움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더하면 30.89%에 이른다.

불법 승계 리스크라는 사실상 가장 큰 짐을 덜었지만, 이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많다. 주요 과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는 '등기이사' 복귀다. 일반적으로 사내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 결정권을 행사, 주요 정책이나 굵직한 현안은 대부분 이사회를 통해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는 미등기임원의 경우, 그만큼 활동 반경에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5년 가까이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옥 [ⓒ삼성전자]


◆ 가장 큰 짐 덜었지만…'등기이사 복귀⋅지배력 유지' 등 과제

실제로 지난 2022년 회장 승진 이후에도 삼성 그룹의 새 비전 등을 내놓지 않은 것도 사법리스크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뉴삼성' 구축을 위해선 삼성전자 이사회 일원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시각 때문이다.

또 다른 과제로 지목되는 것은 지주회사나 다름없는 삼성물산에 관한 '지배력 유지'다. 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오너 일가는 물려 받은 유산에 대해 12조원 이상의 상속세액을 과세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오너 일가는 5년 동안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했다.

특히 삼성 오너 일가 세 모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그간 계열사 지분을 지속해서 매각해 왔다. 올해 1월에도 세 모녀는 삼성전자 보통주 2982만9183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이에 따라 이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1.45%, 0.78%, 0.70%로 줄었다. 매각 가격은 1주당 7만2717원으로 총 2조1691억원 규모였다.

이에 이어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의 지분도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 사장이 처분한 지분은 삼성물산 0.65%(120만5718주), 삼성SDS 1.95%(151만1584주), 삼성생명 1.16%(231만5552주)다.

특히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에 있어 지주 회사나 다름없는 만큼, 지분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조차도 일부 매각했다는 것은 아무리 삼성 오너 일가라고 해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삼성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하는 이 회장은 지금까지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한 적은 없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배당금 외에 신용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 회장이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속세와 연부연납 방식의 이자를 내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라며 "이번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의 승계가 적법했다는 것이 법적으로 증명된 만큼, 앞으로 경영인으로서 영향력을 더욱 크게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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