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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클라우드 ‘혈맹’인데…KT, ‘클라우드 반란’ 꿈꾸나

권하영 기자
KT 광화문 EAST빌딩 [Ⓒ 디지털데일리]
KT 광화문 EAST빌딩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가 KT클라우드를 통한 클라우드서비스(CSP) 사업에 이어,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사업 진출까지 선언했다. 기존 클라우드 혈맹인 국내 1위 MSP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와의 관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2023년 연간실적 발표자료를 통해 클라우드 부문에서 중장기 계획으로 MSP 사업자 전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MSP(Managed Service Provider)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CSP(Cloud Service Provider)와는 다른 개념이다. CSP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가상화한 서버 및 서버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전반을 제공한다면, MSP는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컨설팅부터 구축·운영·유지보수를 책임지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애저·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 등 글로벌 CSP가 국내 기업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할 때, MSP는 해당 기업의 시스템을 이러한 CSP의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것을 돕고 운영·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국내 MSP 전문기업으로는 메가존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는 CSP 사업을 하고 있지만 MSP 사업은 하지 않는다. 물론 IDC 사업 내 매니지드 서비스 일환으로 고객사에 일종의 MSP 역할(모니터링 툴 임대, IT인프라 운용, 이전대행, 전산실 관리 등)을 어느 정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KT클라우드가 MSP 사업자라고 하긴 어렵다.

그런 KT가 이제 CSP뿐만 아니라 MSP 사업자가 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아마도 별도 MSP 법인을 출범시키기 보단, KT클라우드가 주축이 돼 CSP와 MSP 사업을 동시에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KT 측은 이번 실적자료를 통해 MSP 전환 계획을 직접 언급했음에도,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공개하긴 꺼려하는 모습이다.

KT의 MSP 진출 선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메가존클라우드와의 관계 때문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국내 최대 MSP 기업으로, KT는 지난 2022년 2월 메가존클라우드에 1300억원을 투자해 8% 지분을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오른 상태다. 메가존클라우드 또한 같은해 7월 KT클라우드에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 투자를 했다.

이에 따라 메가존클라우드는 KT에 대한 핵심 MSP로서 영향력을 키워 왔고, KT 역시 2022년 4월 KT클라우드 분사로 국내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메가존클라우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메가존클라우드가 향후 2년 내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라는 점도 양사 혈맹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KT가 MSP 사업을 본격화하게 되면, 이런 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일단 KT 그룹 안에서의 클라우드 도입·전환 및 유지·관리 등 모든 MSP 사업을 KT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혹여 대내사업뿐 아니라 대외사업까지 확장하겠다면, 이는 MSP 시장에서 메가존클라우드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재 국내 MSP 시장에는 메가존클라우드나 베스핀글로벌처럼 전문기업들 외에도, NHN처럼 CSP(NHN클라우드)와 MSP(NHN엔터프라이즈)를 함께 하거나, 삼성SDS·LG CNS·SK C&C 등 MSP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있다. SI 기업들은 주로 그룹내 MSP를 책임지는 역할이 더 강하다.

MSP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SI 기업들이 MSP에 뛰어드는 이유가 자기네 그룹 계열사들이 기본적인 시장이 되어주기 때문인데, KT 또한 그런 차원에서 뛰어드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KT만 해도 계열사가 수 십 개인데, 그 큰 시장을 이제 자기들이 자체적으로 해보겠다는 비전 선포가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가 중장기 계획이라고 했으니,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SI 기업들이 그런 것처럼 그룹 내 MSP를 하는 정도 수준이 아니라, KT가 정말 필드에서 맨투맨으로 뛰겠다는 차원이라면, 메가존클라우드 입장에선 상당히 불편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혹자는 반대로 KT와 메가존클라우드 간 파트너십이 더욱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내다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단순히 MSP 협력만 아니라 이사회 참여라든지 클라우드 기반 AICC(AI고객센터) 같은 신사업 협력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좀 더 과감한 합종연횡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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