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새 수장 맞은 구글클라우드코리아, ‘SAP 전문가’ 필요했던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클라우드코리아가 신임대표로 세계 최대 전사자원관리(ERP) 기업인 SAP 출신의 내부 전문가를 선임했다.
업계에선 구글클라우드코리아 신임대표로 내정된 지기성 사장의 SAP 관련 이력을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기업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으로 꼽히는 ERP 분야에서 아직 클라우드 인프라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 구글이, 최근 SAP의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 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시장을 확장해보려는 ‘절치부심’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기성 구글클라우드 아시아태평양 SAP솔루션세일즈 디렉터는 최근 강형준 전 사장 사임에 따라 구글클라우드코리아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
업계에선 강 전 사장이 사임하고 지 신임 사장이 구글클라우드코리아를 새롭게 이끌게 된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강 전 사장의 경우 지난해 4월 취임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게 된 것으로, 구글클라우드코리아는 2020년 2월 한국 리전 오픈 이후 불과 4년 만에 강 전 사장을 포함한 3명의 수장이 사표를 낸 이례적인 상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선 구글클라우드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에 비해, 점유율과 실적 측면에서 큰폭으로 밀리고 있다는 이유로 본사의 경영 압박이 상당히 심했다는 전언들이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구글클라우드의 향후 한국 시장 전략을 예측해보는 차원에서는 사실 이런 사정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지기성 신임 사장의 이력이다.
지 사장은 구글클라우드에서 아태지역 SAP솔루션 관련 세일즈를 담당하던 실무 책임자다. 구글클라우드에 오기 직전까지 무려 18여년간 SAP에 재직했다. 2003년 SAP에 입사해, 2017년 한국 전략 고객 프로그램 책임자를 시작으로 2020년 아태일본 전략 고객 프로그램 책임자까지 5년여간 SAP의 총괄(Head)을 맡았다.
한마디로 지 사장은 SAP 출신인 데다 구글클라우드에 와서도 SAP 관련 세일즈를 도맡을 정도로, SAP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구글클라우드코리아가 이런 SAP 전문가를 신임 사장으로 앉힌 것은, SAP가 몇 년 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오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 전환’ 작업과 관련해 더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세계 최대 ERP 기업인 SAP는 기존 온프레미스(설치형)에서 클라우드로 기업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최근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ERP ‘S/4 HANA’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온프레미스 기반 ERP인 ECC 6.0 EHP6~8에 대한 지원·유지보수를 3년 후인 2027년에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객사들이 클라우드 S/4 HANA로 전환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차세대 ERP에 사용할 클라우드 인프라를 어떤 것으로 쓸 것인가가 또 다른 화두가 되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 입장에선 ERP라는 거대 시장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문제는 구글클라우드의 경우, 이런 ERP 시장에서 그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SAP 클라우드 ERP를 도입하려고 할 때, 보통은 AWS나 애저 클라우드를 고민할 뿐 선택지에 구글클라우드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구글클라우드는 그동안 ERP보다는 자체 데이터분석플랫폼 ‘빅쿼리(Big Query)’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펼쳐 왔다. 빅쿼리는 광고 수익률 예측 등 기업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데이터 툴인데, 빅쿼리 활용이 필수인 커머스나 게임 등 분야 기업들은 구글클라우드 사용이 당연한 분위기다.
하지만 ERP는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형 고객들의 ERP 대부분이 AWS 클라우드 위에서 구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구글클라우드코리아가 SAP 세일즈 전문가를 새 수장으로 데려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클라우드가 그동안 SAP S/4 HANA 시장을 노리면서도, 사실 이전까지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라며 “그런데 지기성 사장은 SAP코리아에 상당히 오래 있었던 인물이고, SAP에 대한 이해도나 세일즈 역량이 출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이 구글클라우드 한국지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결국 GCP(구글클라우드플랫폼)를 ERP로 확장해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솔루션에 있어 AWS·애저 대 GCP 구도를 만들어보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기성 내정자는 독일에서 수학하고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할 정도로 독일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SAP가 독일 최대의 IT기업인 만큼 SAP 본사와의 네트워크 역시 강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이번 구글클라우드의 인사는 멀티 클라우드 시대에 구글클라우드가 기업 핵심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결국 지기성 사장 체제에서 구글클라우드가 기존 이커머스 시장 위주의 한국 영업 전략에서 일반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시장으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느냐가 구글클라우드의 향후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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