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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RPA 적용 업무를 줄였죠"… BNK캐피탈이 '초자동화' 혁신에 놀라운 성과를 내는 비결 (上)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019년 봄, BNK금융그룹의 여신전문계열사인 BNK캐피탈은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에 기반한 업무 자동화에 처음 도전한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다.

당시 국내 금융권에서 RPA 도입은, 당시 ‘주 52시간 준수’라는 규제 이슈로 인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여신전문업계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무엇보다 캐피탈 업무의 특성상 단순 반복업무라도 반드시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하는 일들이 많았고, 쉽게 자동화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BNK캐피탈도 프로세스 혁신의 의지는 높았지만 이런 이유때문에 RPA 도입에 대한 부담은 많았다. 하지만 BNK캐피탈은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방법론과 철학이 독특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초자동화(Hyper Automation) 혁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BNK캐피탈의 독특한 철학이란 ‘RPA 솔루션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BNK캐피탈에 있어 ‘초자동화 프로세스 혁신은 결국 사람과 기계(로봇)가 최적의 협업 구조를 찾는 것’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혁신 과정에서의 돌출된 난제는 사람의 역할로 남녀두고, 그 다음 자동화 과제를 구현하는데 집중한다.

이렇기 때문에 BNK캐피탈은 결과적으로 당초 기대했던 프로세스 자동화 완성도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전보다는 훨씬 개선된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달성하는 문화를 꾸준하게 정착시킬 수 있었다.

또한 처음부터 실무자들이 자동화 대상 사업에 부담을 주지않기위해 욕심 부리지않고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오류를 잡아나가면서 차근 차근 진행한 것도, 프로세스 혁신의 방법론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성과의 축적… ‘디지털 퍼스트’, 어느새 역동적으로 바뀐 사내 혁신 분위기

2024년 2월말 기준, BNK캐피탈은 97개 업무에 대해 RPA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총 15대의 로봇이 가동되고 있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은행이 170개~180개 업무를 자동화하는데 40~50대의 로봇을 활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BNK캐피탈은 RPA 운영 효율성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따로 있다.

현재 BNK캐피탈의 RPA 자동화 적용 업무가 기존 120개 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BNK캐피탈의 D-IT 본부장인 최승표 상무(사진)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RPA를 적용하더라도 프로세스 상에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운영해 보니 어떤 경우는 오히려 RPA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런 업무는 과감히 RPA 적용을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막상 업무 자동화를 해보면 그로인해 오히려 사람 손이 더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금융권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I기반 OCR 적용에 이러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다는 게 최 상무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RPA 자동화를 순도높게 구현했던 업무들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 상무는 “지난 5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은 업무자동화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물(生物)이라는 점이다. 기술적 변화와 업무 요건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안되더라도 앞으로는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발 떨어져 보면, 아까운 시간과 돈이 투입된 RPA 적용 대상 업무를 축소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사실 금융회사의 일선 실무자들의 입장에선 결코 쉽지않은 결정이다.

특히 RPA 초자동화 확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금융권의 정서를 고려하면 그렇다.

하지만 BNK캐피탈은 5년전 RPA를 적용할때부터 초자동화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전제해왔다. 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회사내 공감대가 완전히 정착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BNK캐피탈 최승표 상무(D-IT 본부장)
BNK캐피탈 최승표 상무(D-IT 본부장)

◆팔 걷어부친 김성주 대표 “전직원 디지털역량 더 끌어 올리자” 독려

이처럼 RPA 도입 5년이 지나면서 어느샌가 회사내 디지털화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가 한 곳으로 모아졌다. 이는 BNK캐피탈의 프로세스 혁신 사례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BNK캐피탈 김성주 대표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더욱 강조하면서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 분위기가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작년 3월 취임한 이후 김 대표는 전직원의 디지털화를 위해 IT 함량 교육에 나서고 있고, 올해 입사한 16명의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10주간의 일정으로 디지털화 교육을 진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여전히 RPA 도입과정에서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정서적 장벽, 부서간 이해 충돌의 문제가 난제로 남아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CEO가 디지털 퍼스트를 적극적으로 드라이브하는 노력은 매우 중시돼야 할 가치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BNK캐피탈은 현업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 상무는 “예전에는 자동화업무 전담 조직이 해당 업무를 100% 발굴하고, 해당 현업 부서와의 조율을 거쳐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현업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 영역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담 조직에 제안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업무 자동화의 50%이상은 현업 부서가 적극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

이렇다보니 자동화 대상 개발 업무는 RPA 도입 초창기와 비교하면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고, 또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전직원의 디지털화에 대한 자신감도 크게 증가하는 선순환이 정착됐다.

현재 BNK캐피탈의 D-IT 조직은 총 42명으로, 여신전문업계에선 상당히 규모도 있고 짜임새가 잘 갖춰진 조직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후속편 이어집니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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