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명인 사칭 광고, 플랫폼은 모르쇠?…네이버밴드 “작년 11월부터 조치 돌입”

이나연 기자
네이버밴드 예시 화면 [ⓒ 네이버]
네이버밴드 예시 화면 [ⓒ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네이버가 유명인 사칭 광고로 인한 국내 사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선제 대응에도 사칭 광고들이 온라인상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한계를 고려,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지속 검토할 방침이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다음 주 중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위한 ‘그린인터넷’, ‘신고센터’, ‘고객센터’ 홈페이지에 사칭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다. 사칭 광고 관련 키워드 검색 시 고객센터 도움말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하는 방안도 함께 적용될 예정이다.

네이버 밴드는 유명인 사칭 피해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사칭 계정이 개설한 밴드에 일괄적으로 제재하는 등 사칭 사기 밴드 징계 기준을 강화하고, 24시간 집중 모니터링을 운영하고 있다. 타 플랫폼에서 유명인 사칭 투자로 시작해 밴드로 유입되는 경우와 밴드 내에서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해 투자 권유하는 경우 등 사칭 투자 유도 밴드가 감지되는 즉시 징계 조치된다.

작년 12월엔 사칭 사기 밴드를 보다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신고 절차도 개선했다. 구체적으로 밴드 서비스 내 신고 사유에 ‘사칭’을 추가하고, 사칭 관련 징계 및 고지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내부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올해 1월은 밴드 서비스 활동 정책에 이용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칭 계정과 사칭 밴드 정의와 징계 기준을 명문화했다.

최근 몇 개월간 이뤄진 네이버의 연쇄적 조치들은 연예인, 경제전문가, 투자사 등으로 속여 사람들을 모은 뒤 투자금을 편취하는 식의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한 데 따른 자율규제 일환이다.

사칭범들은 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에서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현혹한 뒤, 광고 속 링크를 통해 텔레그램, 네이버 밴드, 카카오 오픈채팅방 등에 개설된 리딩방으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해당 채팅방에서 피해자들에게 가짜 투자 정보를 제공하며 불법 투자 사이트나 악성 앱에 가입을 유도하고 입금을 요청하는 수법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만 1000건이 넘고 피해액은 1200억원을 웃돈다. 법조계에선 실제 피해자들의 피해액 합계가 1조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사칭 사기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과 정부에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황현희는 지난 22일 개최된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자신의 사칭 광고를) 신고하기가 너무 힘들다”라며 “외국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국내 최대 IT 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피해에 대한 상담 및 신고 전담팀을 만들어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같이 언급되는 카카오 경우, 현재 광고 소재 심사를 통해 사칭을 비롯한 부정 광고가 나가지 않도록 예방 중이다. 특히 사칭·사기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업종에 대해선 금칙어 키워드를 운영하며, 키워드에 대한 전수 모니터링과 의심 채널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사칭 등과 관련해 카카오톡 채널에 권리 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소명자료 제출을 거쳐 내부 운영정책에 맞춰 제재한다. 피해 발생 시 신고 및 소명 등을 거쳐 확인 후 해당 채널을 영구제재 처리하는 방식이다. 추후엔 사업자가 채널 생성 시 비즈니스 인증 채널을 함께 신청할 수 있는 동선을 마련하고, 1:1 채팅 활용 시 본인인증 필수 기능 등을 통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렇듯 국내외 주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대다수가 온라인 사칭 광고 및 사기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와 구글(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은 국내 플랫폼과 비교해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피해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플랫폼을 막론하고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해외 플랫폼들은 사칭 피해자로부터 신고가 들어와도 ‘커뮤니티 규정 위반 사실이 없어 삭제할 수 없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피해 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위한 모임’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개그맨 황현희,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방송인 송은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상준 변호사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위한 모임’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개그맨 황현희,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방송인 송은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상준 변호사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