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카오의 쇄신 리트머스 시험지 ‘준신위’에 쏠린 눈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나부터 준신위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1월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 출범과 함께 전했던 말이다. 카카오 그룹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기구인 준신위는 주요 경영진들이 검찰 수사 대상 등에 오르내리며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설립을 지시했다.
하지만 출범 5개월여만에 준신위가 주도하는 경영쇄신 작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카카오의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또다시 ‘회전문 인사’ 지적이 제기되면서 준신위가 ‘평판리스크 관리방안 수립’을 권고했지만, 해당 경영진 임명이 강행됐기 때문이다.
준신위는 지난달 열린 정기회의에서 일부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과 향후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권고는 ‘주식 먹튀’ 논란 당사자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 CTO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 이뤄졌다.
정규돈 전 CTO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도 900억원대 차익실현을 한 것과 더불어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사례로 꼽힌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 3거래일 만인 지난 2021년 8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잇따라 행사해 총 7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했다.
이들 임원진의 대량 매도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서 일반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기업 내부자의 주식거래를 30일 전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여기서 촉발됐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준신위 권고에 대한 이행방안을 수립하지 않은 채 정 전 CTO를 그대로 카카오 CTO에 앉혔다. 준신위가 경영진 평판리스크 관리 방안을 수립해 수주 내로 제출하라고 한지 불과 2주 만의 일이다. 준신위에서 권고한 평판 리스크 해결 및 예방, 관리 이행 방안을 준비 중에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개별 회사의 인사는 해당 회사의 경영권인 만큼, 준신위가 직접적으로 인사에 관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준신위 권고를 이행하기에 앞서 임명부터 강행했다는 건 수년째 카카오를 따라다니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와 논란의 임원 재등용에 대한 내부 민감도가 낮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
정신아 대표는 내정자 시절, 준신위 위원들과의 회동 자리에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준신위에 의견과 조언을 구하며 소통하겠다”라고 밝혔다. 준신위의 영향력이 카카오에 미치는 정도가 곧 카카오의 전사적 쇄신 의지의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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