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위기의 1분기' 왔다…하반기 반등 가능성은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의 1분기 실적에 암운이 꼈다. 공장 가동률 감소로 고정비가 높아지고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하반기 고객사의 전기차 신규 출시와 미국 수혜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나, 대부분 수요가 리튬인산철(LFP)·미드니켈 등 중저가에 쏠리면서 적자생존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전분기 대비 2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2% 급감하고 전분기 대비 53.5% 줄었다.
1분기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실적 급락이 두드러진다. AMPC를 제외한 이익은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은 지속적인 메탈 가격 하락과 전기차 캐즘(Chasm) 진입에 따른 수요 감소다. 지난해 리튬, 니켈 등 원료값이 떨어지면서 미리 확보했던 가격 대비 배터리 판가가 떨어지며 수익이 하락하고, 전기차 공급마저 줄면서 배터리 납품이 줄었다는 의미다. 매해 연말·연초가 각국 보조금 소진에 따라 비수기로 작용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고정비가 상승했다는 관측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만 해도 AMPC로 2501억원을 실적에 반영했는데, 1분기 들면서 이 규모가 600억원 가량 줄었다. AMPC가 배터리 셀·모듈 생산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제조 가동률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SK온도 전기차 캐즘의 여파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1분기 컨센서는 매출 5조2098억원, 영업이익 244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고 영업이익은 34.9% 감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84억원으로 적자 수치를 창사 이래 최소화했지만, 1분기 시황에 따라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2분기부터 K-배터리 3사가 실적 회복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부정적 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래깅 효과)가 해소되고, 전기차 수요가 일부 회복되면서 가동률이 점차 회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유의미한 반등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대다수다. 전기차 캐즘의 원인이 부족한 인프라·줄어드는 보조금·정치적 이슈 등 복잡다단한 배경에 기인하고 있어서다. 인프라를 확보하고 전기차 생산 단가를 낮춰야하는 만큼, 수요 둔화 현상을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테슬라·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글로벌 OEM들이 전기차 생산을 미루고, 이들과 합작하거나 단독으로 투자한 배터리 공장 설립이 지연되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동차 업계가 국내 기업이 주력하는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미드니켈, LFP 등을 선호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비교적 값이 싸고 이윤이 적은 제품 요구가 늘면서 이익률 확대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업계는 미국 IRA AMPC 수혜가 확대되는 2025년 말부터 수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OEM들이 관련 투자를 집행한 터라, 장기적으로 전기차 성장은 가야하는 길이 됐다"며 "높은 원료가격 변동성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적 불안요소가 많은 만큼, 기술력과 양산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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