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네! 살까?” 韓패션에 스며든 中쉬인…해외직구 검열 강화는 악재로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에 비해 국내에서 존재감이 좀처럼 두드러지지 않았던 온라인 패스트패션 쇼핑몰 쉬인의 눈치게임이 끝난 걸까. 배우 김유정을 자체브랜드(PB) ‘데이지’ 모델로 기용하거나 국내 유통 채널 입점을 위해 다각도로 노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관측된다.
그러나 최근에서야 위해 물품 반입을 금지로 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쉬인이 본격 전개하려고 했던 한국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의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소비자 불만과 피해, 법적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20억달러 클럽’ 쉬인, 한국 탐색 마쳤나…시동 걸린 ‘인지도 높이기’=미국 내 ‘가성비 드레스’에서 출발해 중국판 유니클로라는 별칭까지 붙게 된 쉬인은 한국인들의 눈높이에도 충분히 맞춰진 옷들이나 장신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취급한다. 가성비로 입소문을 탄 쉬인은 지난해 20억달러 클럽까지 들어갔다. 단순 의류 업체가 이뤄내긴 쉽지 않은 금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에만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쉬인은 한국 시장 역시 노리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쉬인은 ‘쉐인서비스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사명으로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은 서울 성수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등기이사는 1987년생 중국인 장양(ZHANG YANG)이다.
다만 유한회사를 설립한 직후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아왔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잠식 속도를 관찰하는 한편, 패션시장 전반 및 한국인의 패션 의류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조사한다는 이야기만 돌았다. 언론 홍보나 마케팅 등에 대한 대응 인력도 없이 오직 한국 시장을 탐색하는 데 몰두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우선 쉬인은 한국 소비자들과의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일환으로 최근 아역배우 시절부터 인기를 쌓아온 한국 배우 김유정을 섭외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배우 마동석과 탕웨이를 모델로 선정하고 국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를 모방하는 차원으로도 분석된다.
◆한국 패션에서도 통한 초저가 쉬인…발암물질 논란은 변수로=쉬인의 국내 영향력이 조용히 약진하면서 지난 2월 중국에서 의류를 떼어다 판매하는 입점 셀러(동대문 쇼핑몰) 비중이 높은 쇼핑몰 등은 눈에 띄게 사용자 수가 줄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의외의 타이밍이 발목을 잡았다. 바로 발암물질이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시는 쉬인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머리띠 등 장신구 7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한 결과 기준치의 270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실제로 중국 플랫폼에서 해외 직구로 구매 가능한 어린이 제품 38종에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등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는 관세청 조사 결과도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품·화장품·자동차용품 등의 위해성 시험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상 C커머스의 파죽지세를 막기 위해 족쇄를 건 셈이었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쉬인의 한국 진출 영향권에 들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이곳을 예의주시해왔다. 이러한 와중에 해당 정책이 발표되자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똥은 정부나 업계가 예상치 못한 데서 터졌다. 정부가 일일이 개인의 해외 직구 상품까지도 안전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해외직구를 차단한다’는 해석까지 나와서다. 즉,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도 있는 문제로 비춰지기 충분했다. 대신 전날 정부는 위해성 우려가 있거나 소비가 급증하는 해외직구 제품에 대해, 앞으로는 정부 각 소관 부처가 이를 직접 선별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쉬인을 포함해 C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상당수가 KC 인증을 받지 않은 만큼 직·간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서의 패션, 뷰티 등 스타일 쇼핑은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고, 큐레이션 등 플랫폼별 특색이 묻어나는 감성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며 “발암물질 등으로 C커머스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이들이 충족하지 못하는 국내 플랫폼만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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