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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1분기 호실적에도 시장 냉랭… '최우형 號'는 KT 그림자 걷어낼 수 있을까 [DD인사이트]

권유승 기자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케이뱅크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케이뱅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가 올해 1분기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예상밖의 호성적을 거둬들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번 호실적에 대해 '대환대출 갈아타기' 정책으로 인한 반사이익과 더불어 지난해 대규모 적립했던 충당금에 따른 기저효과 등 '일회성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뿐이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케이뱅크의 입장에선 이같은 '일회성 호재'를 제외한 본질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5% 증가했다. 이는 분기기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31.9% 늘어난 135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말 수신잔액은 23조9700억원으로 25.7% 증가했으며, 여신잔액은 14조7600억원으로 6.6% 늘었다.

케이뱅크가 이처럼 1년만에 5배 가량의 순익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환대출 갈아타기' 효과가 컸다. 즉, 외부효과가 없었다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의 실적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신규 아파트담보대출 중 67%가 대환대출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크게 늘어났던 충당금 적립액의 규모가 줄었다는 점도 이번 케이뱅크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케이뱅크의 1분기 충당금적립액은 전년동기 보다 19.7% 감소한 484억원을 나타냈다.

다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지난해 말 취임한 최우형 행장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요인'이 사라진 이후, 케이뱅크의 지속적인 경쟁력 제고방안을 시장에 끊임없이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케이뱅크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물론 이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3자로 구성된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 구도에서 케이뱅크의 존재감은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한 1112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인터넷전문은행 1위의 자리를 굳혔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가장 먼저 출범(2017년 4월)을 했는데,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2017년 7월)와 약 두배가량의 순익이 뒤쳐졌다.

토스뱅크 역시 올해 1분기 148억원의 흑자를 시현하며 케이뱅크를 바짝 따라 붙었다. 토스뱅크의 경우 인뱅 3사 중 가장 늦게 출범(2021년 10월)했음에도,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오히려 케이뱅크보다 높은 순익을 기록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혁신성'에서도 케이뱅크의 열세는 지표로 나타난다.

지난 22일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국의 성인 2075명(전국 20세~69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4월 국내 은행별 거래율과 앱 확보고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앱 설치율은 토스뱅크(70.5%), 카카오뱅크(53%), 케이뱅크(24.7%)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뱅킹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하는 '앱 확보 고객비율'(모바일 전환율)의 경우, 전체 상위 20개 금융앱중 토스(50.2%)가 1위, 카카오뱅크(34.1%)가 3위를 기록한 반면 케이뱅크(11.3%)는 19위로 나타났다. 경쟁사들에비해 압도적으로 밀리는 격차를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존비즈온 등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일각에선 향후 인터넷은행 경쟁 구도에서 케이뱅크의 입지가 더욱 줄어드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IBM출신 최우형 행장실적·혁신성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한편 케이뱅크는 연내 IPO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또한 금융권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연체율 관리도 '재무건전성'과 직결되기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당시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84.7% 감소한 12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결국 케이뱅크를 이끌고 있는 최우형 행장의 입장에선 실적을 지속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내실 다지기와 함께 경쟁 인터넷은행들과 비교해 괄목할만한 혁신성을 동시에 제시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서호성 행장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한국IBM 출신이며, 이후 BNK금융그룹에 영입돼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BNK금융지주 D-IT그룹을 총괄했다. 정통 금융인이 아닌 디지털·IT 전문가로 분류된다.

금융계 일각에선 보수적 DNS가 기본적으로 장착된 금융인 출신이거나, 과거 공기업 문화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KT 출신의 인사보다는 차라리 최 행장처럼 IT출신 전문가가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으로 판을 짜는 것이 그나마 케이뱅크에는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비록 견해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알게 모르게 보수적 또는 관료적 색채가 큰 KT 문화가 케이뱅크의 발전에 방해가 됐다는 시장 인식이 여전히 적지않다는 반증이다.

케이뱅크의 현재 최대주주는 34%의 지분을 가진 BC카드이며, BC카드의 최대 주주(69.54%)는 KT이다. 즉 케이뱅크는 KT가 BC카드를 통해 지배하는 손자회사인 구도다.

케이뱅크는 영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장민(KT 재무실장), 조이준(BC 카드 경영기획총괄)가 '기타비상무이사'에 취임했다고 공시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를 제외한, 회사의 일상적인 일에는 종사하지 않는 이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상장회사에서 투자자 몫으로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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