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사업 더 잘하자" 글로벌 보안기업 인수합병 행렬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글로벌 보안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기업을 품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인데, 사이버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인수 행렬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안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M&A 사례는 팔로알토네트웍스에서 나왔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IBM 큐레이더 클라우드 보안 소프트웨어 자산을 인수해, 관련 고객을 자사 보안 플랫폼 '코어텍스(Cortex) XSIAM'으로 이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어텍스 XSIAM은 보안운영(SOC) 기반 통합 플랫폼으로, 팔로알토네트웍스의 핵심 먹거리로 꼽힌다. 앞서 샤일레시 라오(Shailesh Rao) 팔로알토네트웍스 글로벌 GTM(GoToMarket) 총괄 사장은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기업은 사이버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일로 및 포인트 솔루션을 도입해왔다"며 "개별 형태로 데이터가 만들어질 경우 해커들이 시스템 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틈새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나의 플랫폼 위에 보안 위협을 탐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취지다.
IBM 큐레이더는 실시간 사이버 위협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팔로알토네트웍스의 입장에서는 보안정보및이벤트관리(SIEM), 보안운영및위협대응(SOAR), AI SOC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경쟁력을 강화할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IBM 큐레이더가 SIEM 부문에서 상업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며 관심을 받아온 만큼, 팔로알토네트웍스가 시장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 승부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업 변화에 뛰어든 곳은 팔로알토네트웍스 뿐만이 아니다.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이하 아카마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보안 기업 노네임시큐리티를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맺었다.
아카마이는 웹애플리케이션및API보안플랫폼(WAAP), 봇 관리, 디도스(DDoS) 방어 기능을 중심으로 API 솔루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인수 또한 API 시큐리티 솔루션을 키우기 위한 일환으로 읽힌다. 아카마이는 노네임시큐리티 역량을 더해 취약점과 공격을 탐지할 수 있는 API 보안 제품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즈 골란(Oz Golan) 노네임시큐리티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PI 보안 제품을 결합해 고객을 위한 모든 유형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원 보안에 특화된 사이버아크도 기존 사업을 키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달 20일 사이버아크는 공개키 암호화 전문기업 베나피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베나피가 보유한 ID 관리 기능과 사이버아크의 ID 보안 기능을 결합해, 기업에 엔드투엔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맷 코헨(Matt Cohen) 사이버아크 CEO는 "이번 인수는 중추적인 이정표"라며 "권한 제어를 통해 인간과 기계 등 모든 신원을 보호하려는 비전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크레인NXT는 인증 솔루션 전문기업 옵섹시큐리티(OpSec Security)를, 드라타(Drata)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보안 플랫폼 오크나인(Oak9)을 인수했다. 시스코도 스플렁크 인수 절차를 마치고 시너지 사업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한편 사이버 공격이 고도화되면서 올 하반기에도 인수·합병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이 전개될 전망이다. 시큐리티위크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보안 관련 M&A 규모는 400건에 달했다. 당시 유럽과 아시아에 본사를 둔 보안기업에서 M&A 사례가 많았고, 관리형 보안 솔루션 분야에 특화된 경우도 다수였다. 거버넌스, 위험 관리 및 규정 준수(GRC) 솔루션에 집중한 인수 사례도 증가 추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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