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공장 가동률 '뚝'…심화하는 '유럽 부진'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올해 1분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공장 가동률이 50∼60%대로 뚝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주문이 줄어든 탓이다. 그중에서도 유럽 시장 수요 둔화는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 축소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수요 국가인 독일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전기차 보조금 예산안이 위헌이라고 판결, 돈줄을 묶은 탓이다. 이에 당초 올해 말까지 지급될 보조금은 지난해 부로 종료됐다.
보조금이 끊긴 탓에 올해 전기차 판매량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독일연방자동차청(KBA)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 등록된 전기차수가 총 3만1400대로 지난해 동월보다 29% 감소하는 등 전기차 판매가 급감 중이다.
프랑스는 탄소 배출량 산출 방식에 따라 점수를 매겨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규정을 내놨다. 이 같은 신규 보조금 지급 정책에 따라 유럽 외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 상당수는 지원을 받기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유럽 전기차 성장률도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유럽지역의 전기차 판매량을 360만대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9% 늘어날 전망이지만 2023년 성장률 1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유럽 전기차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는데, 이 중심엔 유럽 완성차 기업이 재고 조정이 있다.
유럽 전기차 기업들은 당초 계약분보다 실제 주문량을 줄여 보상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업체들 처지에선 일회성 보상금을 받긴 하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면 장기 성과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장 설비의 감가상각, 부동산 임차료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평균 공장 가동률은 57.4%이다. 전년 동기 가동률은 77.7%로, 1년 새 무려 20%p 이상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돈 건 2020년 3분기(54.7%)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진한 가동률에는 유럽 공장이 끌어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 법인 실적을 밝혔지만, 이번 분기에는 밝히지 않아서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되는 중대형 전지 공장 가동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유럽 사업이 전개되는 헝가리 법인(SDIHU)은 1분기 매출 2조522억원, 순손익 229억원을 기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으나 손익은 38.5% 급감했다. 헝가리 법인의 실적은 가동률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삼성SDI의 가동률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온의 1분기 공장 평균가동률은 69.5%로 전년 동기 대비 26%p 감소했다. 지난해 평균 가동률(87.7%)과 비교해도 18.2%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동률 급락이 3사의 장기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케즘이 본격화하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기에 보조금 등 혜택까지 축소되며 배터리 업계 공장 가동률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 기업들까지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저가 공세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비롯해 EU와의 협력 등도 간과해선 안 되는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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