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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투자 기회 커진다…보안업계 '존재감 키우기' 숙제

김보민 기자
지난 5월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ed bin Zayed Al Nahyan) UAE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지난 5월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ed bin Zayed Al Nahyan) UAE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국내 보안업계에서 중동발 투자 기회가 커질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정상회담이 양국 간 경제 교류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면서, 보안에 대한 수요 또한 늘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른 것이다.

중동 시장에서 선두를 잡으려는 국내 기업들 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오랜 기간 중동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 만큼, 합동연횡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작업도 본격화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안 기업은 하반기 전략을 구체화하는 시점에 있다. 상반기 수주했던 공공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거나, 출시를 알린 새 솔루션과 서비스를 국내외 거점에 판매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새 가족을 맞이한 곳은 시너지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데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곳도 있다. 지난 5월29일 한국과 UAE는 정상회담을 거쳐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하겠다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마련했다.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골자인데, UAE는 한국에 대한 300억달러 투자 약속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현재 UAE 기관들은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통해 60억달러 이상 투자 기회를 모색 중이다.

중동은 국내 보안 기업이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울 때 빼놓지 않는 대표 지역이다. 해당 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울러 봤을 때 보안 사업이 보일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미래형 신도시 구축을 목표로 비전2030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이스라엘-하마스 등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보안에 대한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중동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48억달러에서 2028년 234억달러 규모로 클 전망이다. 연평균성장률(CAGR) 약 9.6%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보안기업 관계자는 "중동은 물리보안부터 사이버보안까지 전 영역에 관심이 많은 곳"이라며 "전 세계에서 보안에 대한 투자를 2순위로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안에 대해 예민한 왕족 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며 "이번 방한을 이후로 중동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 영업 상황도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전에는 구축형(온프레미스) 기반 보안이 다수였던 만큼 현지에서 솔루션을 설치하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민도 일부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클라우드 방식에 대한 회의론도 많아 이를 넘어서려는 보안 기업들의 각축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동 시장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장악' 중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원및접근관리(IAM) 영역에서는 시스코,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원로그인이 활약하고 있고, 안티바이러스 및 안티멀웨어 분야에서는 팔로알토네트웍스, IBM, 시스코, 포티넷, 트렌드마이크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로그관리와 보안정보및이벤트관리(SIEM)에서는 IBM, MS, 로그리듬, 스플렁크가 강세다. 방화벽, 암호화, 컴플라이언스, 패치관리 등 다른 영역에서도 국내 기업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현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현재 국내 보안 기업 중 대외적으로 중동 사업 성과를 내보이고 있는 곳은 지니언스다. 지니언스는 네트워크접근제어(NAC) 제품군을 필두 글로벌 고객사 중 38%를 중동으로 채우는 성과를 냈다. 물리보안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슈프리마는 2005년부터 지문인식 제품을 중동에 수출하며 입지를 키웠고, 2017년 두바이에 지사를 설립하며 현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외부 시너지를 노리는 곳도 있다. 최근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버보안 및 클라우드 공급 기업 '사이트(SITE)'와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체결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새 법인은 현지 공공기관과 기업에 확장탐지및대응(XDR)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JV는 아직 설립이 완료되지 않았고, 관련 실무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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