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흔들리는 촛불 같은 ‘K- SaaS’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된다.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다른 국가는 빠르게 SaaS 비중을 높였지만 국내는 여전히 온프레미스 비중이 높다. 정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계획은 SaaS 수요를 높이는 시작점이 된다. 정부 목표 중 하나는 2026년까지 국내 SaaS 기업 1만개를 육성하는 것이다.
정부가 SaaS 활성화에 힘주는 만큼 오랜 시간 온프레미스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 온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도 SaaS 서비스 인증을 받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서 전도유망한 SaaS 기업 등장이 필요한 이유는 공공부문 디지털전환은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함이다. SW기업 성장을 위해선 궁극적으로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해 공공에서 SaaS 수요를 확보하고 이를 레퍼런스로 활용, 해외시장에서 이를 경쟁력으로 입증한다는 건 분명 좋은 전략 중 하나다. 다만 국내 SW기업들이 공공시장에만 의존해 SaaS 개발·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우려스럽다. 복잡한 조달 프로세스나 규정 준수를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국내 SW기업 과거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중소 SW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공공부문에서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었다. 신뢰성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정부 한정된 예산으로 기업은 이윤을 희생해야 했고 10년 이상 ‘SW 제값받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 사업에 의존한 부작용은 이외에도 많다. 민간 부문에 비해 신기술을 채택하는 데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표적이다. 결국 국내 SW 시장이 다른 국가들과 달리 여전히 온프레미스 SW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다수 기업이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의존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됐다.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이면서 이는 기존 SW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으로 바로 이어졌다.
국내선 시작 단계지만 글로벌 SaaS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SaaS 기업인 세일즈포스와 어도비는 성장세가 주춤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이들은 MS·구글 등에 빅테크 생성형AI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AI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마저 ‘생존’ 전략이 시급해졌다. 반면 국내에선 중소SW 기업들이 AI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을뿐더러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완화 등 지엽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SaaS로의 전환은 결국 AI·클라우드 시대 대한 대비다. 이 대비를 해외에선 일찌감치 시작했고 국내는 늦게 시동 걸었다. 그만큼 정부와 민간기업 모두 현재보다 더 진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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