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응용, 시장 성장 기폭제 될 것…뉴로모픽 반도체가 핵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엔비디아의 GPGPU로 촉발된 AI 반도체 시장이 향후 응용 분야 핵심인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높은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응용 분야 중심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13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 기조강연에서 "AI는 특정 행동을 자율적으로 구현하는 시스템(Embodied)에서 가장 핵심인 사람, 사물과 교감하는 상호작용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가능케하는 요소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라고 말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사람의 뇌 시냅스 구조를 모방해 인간 사고 과정과 유사하게 정보를 처리하도록 고안한 반도체 칩이다. GPU, NPU의 뒤를 이을 3세대 반도체 칩으로도 꼽힌다. 유회준 교수는 심층신경망(DNN) 연구를 통해 지능형 시각 프로세서, 신경망처리장치(NPU), 뉴로모픽 프로세서 발전에 공헌한 AI 반도체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유 교수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등장이 컴퓨터 시장의 발달을 이끌고, 스마트폰의 성장을 터치 스크린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이끌었다. AI 시대에서는 이러한 기폭제 역할을 하는 새로운 UI가 등장할 것"이라며 "이러한 AI 응용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가 애플 '비전프로'가 내세우는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간 컴퓨팅과 같은 응용 분야가 발달하려면 기계, 사람, 사물 간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사람과 기계가 대등한 수준에서 협력하려면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화두가 된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내놓은 GPGPU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을 개발, LLM 등을 구축하는 형태로 시작했다. 이후 GPU의 막대한 전력소모가 데이터센터의 당면 과제가 되면서 NPU가 등장하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한 방법론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AI가 일상생활·업무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국한된 만큼, 이를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반도체 업계 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교수는 "AI 반도체의 미래는 크게 응용 분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로직·메모리 통합에 따른 뉴로모픽 칩 개발 등 3가지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존에 카이스트에서 연구해오던 NPU 등은 기업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 우리(KAIST)는 AI 반도체 보편화에 맞춰 더욱 새로운 응용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올해 3월 연구팀과 함께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처리할 수 있는 상보형-트랜스포머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자연 신경망을 유사하게 모방한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SNN)와 DNN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물학적 뇌의 작동 방식에 가까워 높은 에너지 효율과 복잡한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 또 차세대 메모리 중 하나인 연산형메모리(PIM)을 활용, 메모리에서 NPU 연산 요소(PE Array)로 향하는 통신 과정을 줄여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그는 "이 뉴로모픽 반도체는 입력 신호가 많을 때는 SNN을 활용해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하고, 입력 신호가 적을 때 DNN으로 처리하는 구조"라며 "두 기술이 상보적인 역할을 하면서 심플하면서도 전력소모를 줄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회준 교수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일종의 독백(Monologue)에 불과했던 양방향성 정보전달이 대화(Dialogue)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AI 반도체 업계가 이러한 차세대,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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