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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밸류業 금융⑥] 책무구조도 시행… 금융권 '낙하산 인사' 구태도 차단할까

박기록 기자

주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올해 금융권은 ‘밸류업(Value Up)’ 프로그램을 크게 강화하고있다. ‘주주 환원율’을 높이고 저평가된 시장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주가)를 높이는 것만으로 밸류업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후진적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홍콩 ELS사태’ 수습과정에서 보여지고 있는 난맥상, 계속되는 배임·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 등 적지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하다.

<디지털데일리>는 ‘2024년 밸류業 금융’ 기획 시리즈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짚어보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편집자>

-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업무경험 없다면 '책무' 부여하지 말아야

- 금융권 임원 인사 관행에도 중요 고려항목으로 작용 예상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가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앞서 지난 2일 금융 당국은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위한 해설서를 내놓았다.

별도의 해설이 필요할 만큼 ‘책무구조도’는 아직까지 국내 금융권에는 생경하다.

하지만 그 취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홍콩 ELS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금융 불완전판매 사례처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보다 분명하게 구분하고, 나아가 ‘신분 제재’의 강도를 높여 보다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는 금융회사의 총괄관리자(대표이사)가 통상적으로 C레벨로 불리는 임원 등 관리자에게 업무를 정확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 규정된 ‘책무’의 범위는 크게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업 부문 등 3가지 영역이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어떤 사람이 ‘책무’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이번 ‘책무구조도’ 해설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책무는 누구에게 배분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이 책무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자격요건을 이번에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해설서는 ‘금융회사는 책무를 배분받는 자가 해당 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 업무경험, 정직성 및 신뢰성을 갖췄는지 확인해야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임원 선임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 자격요건 적합 여부 보고‧공시를 이행해야한다’고 의무화했다.

만약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시, 임원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본인 뿐만 아니라 임명권자에게도 ‘적극적 자격 요건 확인 의무’를 준수했는지 따질 수 있는 여지를 뒀다.

해설서에 따르면, 책무를 배분받는 임원은 법 제 5조에 따라 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 업무경험 등을 갖춰야하며,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책무를 맡은 임원의 ‘전문성’에 대해선,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역량 또는 지식 등을 보유해야한다. 관련하여 금융회사의 비전, 영업전략, 사업계획 및 전략체계에 대한 이해도, 금융시장 및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 등을 예시했다.

또 ‘업무경험’에 대해서는 책무와 관련된 업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정직성 및 신뢰성’은 책무와 관련된 민·형사상 불법행위 및 기타 제재조치 이력 등이며 감독기관 또는 소속 금융회사로부터 징계·제재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살피도록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융권, 비전문가 ‘내려꽂기식 낙하산’ 인사 관행에도 제동 예상

올해 3월,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간의 내부 충돌이 있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출신 간부를 NH투자증권의 새 대표 후보로 추천했으나 농협금융지주측에서 '금융투자에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이제 막 4년 임기의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맞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반발하는 양상으로 비춰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농협금융지주에서 추천한 인사가 낙점됨으로써 낙하산 논란은 사그라졌지만 이를 통해 농협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는 등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그런데 앞으로 책무구조도하에선 전문성이 없는 인사의 임명이 강행됐고 추후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같은 '적극적 자격요건 확인 의무'를 놓고 CEO의 책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이에따라 앞으로 금융권의 정기 임원 인사에 책무구조도의 ‘적극적 자격 요건’에 따른 해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성이 없는 외부 인사 영입시, 책무구조도를 명분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고, 금융회사 내부 인사라도 전문성이 없는 영역으로의 무분별한 이동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책무구조도에 대한 자의석 해석 여지가 많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 관련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상당한 주의’를 했음이 증명될 경우에는 해당 임원은 면책이 되기 때문에, 면책을 위한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 당국은 책무구조도상에서 임원 면책의 기준이 되는 '상당한 주의' 판단시 고려사항으로, ▲권한과 책임의 명확한 배분 여부, ▲의사결정 규칙의 명확성, ▲예산·인력·시간의 투입수준, ▲위험요소에 대한 파악여부, ▲내부통제에 대한 정기적 감사 또는 외부평가 실시여부, ▲내부통제 개선노력 및 성과, ▲사고발생 예방 및 후속조치, ▲관련 문서·기록 관리·유지, 감독당국과의 정보교환 및 협조 수준 등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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