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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학계 “공정위, 플랫폼 규제 전 소비자 피해 입증이 먼저”

왕진화 기자
[ⓒ컨슈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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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소비자의 후생과 산업발전의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자정책 감시 단체 컨슈머워치는 8일 오후 2시 열림홀에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와 산업발전, 소비자후생’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소비자후생이 침해당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기업을 규제해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컨슈머워치 공동대표)는 기업의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소비자 후생이 침해당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기업의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무시해 경영에 함부로 규제의 칼을 들이댄다는 점이 진짜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제규모를 감안한 ‘공정 거래 규제기관의 경쟁법 처리 건수’를 살펴봤을 때 미국에 비해 480배, 일본에 비해 116배, 유럽연합(EU)에 비해 약 4000배 많은 반 공정 혐의를 처리하고 있는 점을 예시로 들어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이론적 근거 없는 반기업 정서에 기인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고, 투자한 금액에 한해 책임지는 주식회사의 근본적 원리와 상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 권한이 비대한 공정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공정위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벗어난 무소불위의 존재가 됐다”고 비판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공정위 연도별 행정소송 결과를 제시해 대규모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무리한 행정처분으로 불필요한 소송이 반복될 경우 예산낭비와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와 시정조치 등으로 혈세 뿐 아니라 기업경영에 큰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정위 상대로 승소하더라도 환급이자 일부 외에는 전혀 보상 받지 못한다”며 “패소 시 환급이자 뿐 아니라 유무형의 영업상 불이익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 또한 일부 정치세력의 주장과 동일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므로 재고해야 하며, 공정거래법을 통해 기업을 징계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이 사안으로 어떤 피해를 입은 것인지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구태언 변호사(리걸테크산업협의회 회장)은 “미국처럼 행정영장제도를 채택해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공정위가 강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정위의 조사권한 남용을 제재하고, 투명성과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의거한 광범위한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전속고발권 문제, 절차적 공정성 문제, 불복소송의 2심제 문제, 조사 및 의결 권한의 집중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속고발권의 폐지, 불복소송의 3심제 전환, 조사 및 심의 권한의 분리, 적법절차 강화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혁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시장이 완전하지 않다는 논리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어떤 시장도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근거에 의한 정부의 개입은 적절하지 않고, 독점·불공정 경쟁 등 시장 이슈에 대한 일반법이 존재하기에 온라인플랫폼 역시 기존에 있는 일반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장 거래의 일반 관습적 원칙 외에 정부가 정한 별도의 기준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하므로, 자율규제에 맡겨야 할 영역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황인학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토종 기업을 대상으로 해 자승자박을 초래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황 교수는 “지금의 플랫폼 규제는 정태적 효율보다 동태적 효율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행정편의 중심의 사전규제보다 합리 원칙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EU 정책은 외국 빅테크를 제어하려는 점에서 자승자박이 아니지만 우리의 사전 규제안은 토종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자승자박’이며, 국가 간 혁신 경쟁의 시대에서 혁신이 중요한 산업에서의 사전규제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멀티호밍 제한, 전환비용을 부당하게 높이는 전략을 제재하고 심사지침에 의거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남용 행위에 대한 제재만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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