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밀어붙이는 야당, 업계에 밀려드는 우려…“경쟁력 저하 야기”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사전’ 규제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한 것을 적발해 규제를 하면 되는데, 사전이라는 단어를 규제 앞에 붙이는 것이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김남근 의원실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주최한 ‘이커머스 성장에 따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방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및 테무, 쉬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해 서울시와 소비자원, 인천세관, 관세청 등이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유해성 검사에서 이들 플랫폼은 자유롭지 못했다. 예컨대 쉬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장화 리본 장식 부위에서 기준치 대비 약 680배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2종(DEHP·DBP)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이은희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이 유해성 검출이 된 제품 사례들을 보고, C커머스 내 구매 자체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서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경쟁이라는 관점을 같이 생각하면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온라인플랫폼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유통)이 아닌 온라인(유통)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국경을 넘나들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것을 찾고, 그 다음 더 좋은 것을 구매하려고 검색하거나 플랫폼을 바꾸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한국 플랫폼뿐만 아니라 타 국가 플랫폼 간 경쟁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돼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22대 국회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에서만 총 5개로 추려진다. 이 중 2개는 김남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김남근 의원 등 44인)부터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민형배 의원 등 10인)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및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박주민 의원 등 11인)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오기형 의원 등 19인)이다.
대부분의 법안들 모두 자사우대·끼워팔기·최혜대우 제한, 입점업체 단체구성권 명시 등 온라인플랫폼 사전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맞춰졌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음에도, 정작 법 테두리에 들어갈 업계 장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는 부담감 등 각사의 사정을 들며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다. 또한, 정부(공정거래위원회) 측 토론회 참석자 역시 국장급 인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토론회 참석자에 대한 아쉬운 지적도 먼저 나왔다.
김태룡 전 한국행정학회 회장(상지대 교수)은 “가장 중요한 정책 규제 대상 집단들인 쿠팡, 네이버, 카카오가 토론회에 원래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가 오늘(16일) 급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해왔다”며 “토론회가 지금 원만하게 진행이 되는 건지 다소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온라인 플랫폼 같이 이렇게 가장 중요한 규제 법안을 만들려면 공정위 국장 등 직위가 높은 이가 (이번 토론회에) 참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 온라인플랫폼정책과 사무관은 “총괄과장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고, 담당해야 할 국장이 현재 공석이어서 부득이 오게 됐다”며 사과했다. 다만 이곳 기업들은 참가 자체를 수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최 측은 이커머스 성장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방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며, 관련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예컨대 최근 쿠팡은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와 무관하게 자기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는 알고리즘 조작,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하는 등에 대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철퇴를 맞게 됐다.
김남근 의원은 이날 “쿠팡 사건을 통해 선수 역할을 해야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상품을 노출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함으로써 입점업체 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까지 제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달의민족 역시 배달중개수수료 기존 6.8%에서 9.8%로 44% 인상했는데, 외식소상공인들은 이렇게 될 경우 배달메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은 입점업체 등 중소상공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중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의원 역시 선수와 심판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언덕 위에 나무까지,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 우화가 있는데, 거기서 거북이가 이긴다. 그러면서 우수한 거북이들을 자괴감에 빠뜨린다. ‘다른 거북이들은 성실하지 않아서 토끼한테 진 거야’라며 자괴감을 주는 이런 구조”라면서 “다만 만약 이 구조의 판이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수영’하는 것이라면 성실한 토끼가 있을 수 있나”라며 비유했다.
한편,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국회 입법조사처, 한국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내 디지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세미나’에선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관한 법을 성급하게 제정할 경우 우리 사회의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종속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지켜본 관련 업계 관계자 역시 “국회 입법조사처와 업계에서 애초에 이야기해왔던 자국 테크산업 성장을 위해서라도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등이) 섣불리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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