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소리도 안 난다..." 서울 침투한 '말라리아 모기' 구별법은?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그동안 경기북부 북한 접경지역 등에 집중됐던 말라리아 감염이 올해는 서울권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일 서울 양천구에 최초로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고 22일에는 양천구와 인접한 강서구에도 경보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대한 구분 및 주의의 필요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말라리아의 매개는 '얼룩날개모기'다. 국내 도심에 흔히 서식하는 '빨간집모기'나 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흰줄숲모기'와는 여러 면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빨간집모기는 이름과 달리 주로 암갈색을 띄며 주둥이 중앙에 넓은 백색 띠가 있다. 흡혈 후에는 배가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흰줄숲모기'는 배와 다리의 검정색-흰색 줄무늬로 구분이 쉬운 편이다. 특유의 무늬 때문에 '아디다스 모기'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카바이러스의 매개 모기이기도 하다.
얼룩날개모기는 이름과 달리 날개 무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보단 몸 전반이 대체로 검고 다른 모기보다 상대적으로 큰 몸집으로 구분된다. 가장 특이한 점은 휴식 중이거나 흡혈 중일 때 꼬리(복부)를 약 40~50도 각도로 들고 있는 점이다. 또한 꼬리 부분의 촉수가 주둥이만큼 긴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은밀함'이다. 사람 근처에서 비행할 때 '윙' 소리가 나는 일반 모기와 달리 얼룩날개모기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확히는 얼룩날개모기의 날갯짓 소리가 사람의 가청대역 이상이기 때문이다. 레이더에 감지되는 않는 스텔스전투기처럼 얼룩날개모기가 '스텔스 모기'란 별칭을 가진 이유다. 주거지에서 특별히 모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운데 모기 물림이 지속된다면 얼룩날개모기 발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모든 얼룩날개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게 아니라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한한다. 얼룩날개모기 자체는 국내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음에도 말라리아 위험지대인 북한 접경지대의 감염 비중이 높았던 이유다. 다만 비행거리가 다른 모기보다 긴 편이며 이로 인해 감염된 말라리아 모기의 활동반경이 점차 서울까지 확대되고 있는 점이 최근의 문제로 지적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말라리아 환자는 747명으로 2020년 대비 94%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도 57명에서 94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에 질병청은 지난 6월18일 예년보다 한주 이른 시점에 전국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말라리아 퇴치 우선국가에 속한다. 2030년 국내 퇴치를 목표로 4개 추진 전략이 포함된 '제2차 말라리아 재퇴치 실행계획(2024-2028)'이 수립되어 있다.
현재까지 질병청이 권고하는 말라리아에 대한 예방 및 대응책은 ▲모기 기피제 및 모기장의 적극 활용 ▲옥내 모기 유입 방지를 위한 방충망 정비 ▲말라리아 의심증상 발생 시 즉시 병원 방문 등이다. 그러나 모기 유입의 원천봉쇄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의심증상을 방치하지 않고 적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사실상 최선이다.
국내에서 발병하는 말라리아는 대부분 '삼일열말라리아'다. 주요 증상은 우선 몇분, 혹은 1~2시간 동안 오한, 두통, 구역 증세를 보이는 '오한 전율기'가 나타난다. 이후 따뜻하고 건조한 피부, 빈맥, 빈호흡 등을 보이는 '발열기'가 3~6시간 이상 지속된 후 땀을 흘리는 '발한기'로 이어진다. 특이사항으로는 발열 주기가 격일인 48시간이란 점이다.
다행히 치료는 쉬운 편이다. 진단 시 '클로로퀸'이란 약을 우선 사용하며 3일간 투여 시 혈액 내 말라리아 원충 대부분이 박멸된다. 이후 프리마퀸을 총 14일간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과정이다.
한편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감염병 매개모기 발생 여부를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8월 'AI 기반 자동모기분류감시장비'를 개발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본 장비는 이산화탄소로 유인해 포집한 모기 영상을 AI 알고리즘이 즉각 분류해 모기 종의 채집지역, 지점별, 월별 발생 현황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기존에는 포집기 설치, 채집, 수거 후 분류까지 최소 수일이 걸려 신속 대응이 쉽지 않았던 점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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