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들 외면에 예상밖 흥행 참패… 보험사 M&A, 돌파구가 안보인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가치 대비 높은 가격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바겐 세일' 급의 가격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에 이어 MG손해보험도 최근 줄줄이 매각에 실패했다.
MG손보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지난 19일 진행됐으나, 앞서 지난 4월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2곳이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MG손보의 흥행 참패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인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자금수혈 등을 감안하면 약 1조원의 자금을 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MG손보의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추가적인 지원에 나선다고 할지라도 열악한 MG손보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MG손보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이미 세 차례의 공개매각까지 실패한 MG손보는 4차 공개매각 혹은 사실상 '청산'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 놓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롯데손보도 최근 새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지난달 진행된 롯데손보 본입찰엔 외국계 투자사 1~2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굵직한 금융지주들이 본입찰에 모두 불참한 가운데, 결국 매각 우선협상자대상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롯데손보 매각 역시 가격이 걸림돌이란 의견이 꾸준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2~3조원에 달하는 롯데손보의 매각가가 기업 가치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등 단기적인 효과를 걷어낼 경우 향후 롯데손보의 실질적인 실적은 현재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롯데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우리금융지주도 높은 매각가 때문에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손보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보 본입찰에 외국계 PEF가 참여했다고 알려졌는데, 일각에선 이마저도 흥행이 저조하기 때문에 매각측에서 일부러 흘리고 다니는 것이 아니냔 우스갯 소리까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이 불발된 롯데손보는 상시 매각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다.
◆불안정한 업황…생보 매물 앞날도 불투명
생명보험업계 매물들도 앞날이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섯번째 매각에 나섰다 실패한 KDB생명이 대표적이다.
KDB생명은 10년째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열악한 재무건전성에 아직까지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적용후 129.2%, 경과조치 적용 전 44.5%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의 킥스 권고치는 150%다.
지난해 하반기엔 KDB생명 입찰에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인수에 돌연 발을 빼면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KDB생명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생보업계 매물 중 희망적이라고 평가 받는 곳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다.
특히 동양생명은 양호한 실적과 재무건전성 등으로 업계에서 알짜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도 이들 매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중이라고 공식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이 결렬될 경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업황 자체만 보면 생명보험업계가 손해보험업계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빠른 매각이 이뤄지기는 쉽지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앞서 매각이 불발된 이력이 있는 ABL생명의 경우 동양생명과 패키지로 인수되는 것이 아니라면 향후 매각 성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일단 업황 자체가 재미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에 매각이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특히 ABL생명은 동양생명과 묶어서 팔리는 게 아니라면 흥행성을 높이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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