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보릿고개' LG엔솔, 부진 속 희망 '46시리즈·ESS'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부진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에 따라 기존 연간 매출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비용 절감·신증설 투자 속도조절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다만 장기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 기조가 유지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설 계획이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설명회를 열고 매출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기록한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으나 전분기 대비 0.5%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급감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24.2% 증가했다.
저조한 주요 전기차 고객사의 판매대수에 따라 주요 배터리 생산 거점의 가동률이 낮게 유지되는 가운데, 올해 초 급감한 리튬 등 주요 금속 가격이 배터리 판가에 영향을 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IRA AMPC 제외)은 -253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지만, 북미 생산 확대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두배 이상 늘어나면서 이를 포함한 영업이익은 흑자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
한편 회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제시했던 매출 목표 가이던스를 변경했다. 연초 예상했던 미드싱글(5~7%) 내외 성장 등의 목표치를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수정했다. 미국 IRA AMPC에 따른 예상 수혜 규모도 기존 45~50기가와트시(GWh)에서 30~35GWh로 줄였다.
◆ "하반기 美 EV 신모델 출시 등 긍정적 요인…설비투자 우선순위 적용"
올해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파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객사 신규 모델 출시와 주요 금속 판가 전가 영향이 줄어드는 등에 따른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시장 상황이 예상 대비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3분기와 하반기는 결국 주요 메탈 가격 판가 영향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낙관적으로 보면 북미시장의 전기차(EV) 신모델 출시 계획이 있어서 이에 따른 수요 대응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유럽 OEM 재고 줄었고 이에 따른 리스토킹 오더가 들어오는 부분이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 상황이 불확실하고 미국 대선의 불투명성에 따라 미국 자동차 업체의 전동화 속도조절이 일시적으로 나오고 있다. 당분간 하이브리드차량(HEV)에 대한 판매가 집중될 것 같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친환경 정책기조나 전동화 전략 방향성이 변화가 없다고 본다. 현재는 근본적인 준비 사항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시기라고 보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주요 글로벌 거점의 신·증설 계획 연기 등과 관련해서는 "전체 글로벌 거점 생산능력 최적화 관점에서 유휴 라인을 다른 응용처 및 신규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극대화할 것"이라며 "신규 증설은 전략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하되, 우선순위를 토대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양산확대(Ramp-up) 속도를 조절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ESS 라인 증설이 연기된 미국 애리조나 공장과 관련해서도 "ESS 시장의 전체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대응,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차질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외신 등을 통해 보도된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3공장 건설 일시중단, 관련 매출 하향 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김경훈 자동차기획관리 담당 상무는 "당초 예상 대비 둔화된 시장 전망을 유념해 고객사의 연간 전기차 생산 목표와 당사 생산 계획을 연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IRA 수혜 규모도 하향 조정했다"며 "여전히 대외 불확시성과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핵심 전략 고객사의 전기차 전략 투자와 신규 모델 출시에 따른 하반기 수요 증진 가능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하향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 美 대선 결과에도 현지 시장 우위 자신…"中과 가격 경쟁 지속"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다가오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전기차 시장 향방 문제에 대해 수요가 둔화될 요소와 현지 시장 입지를 높일 수 있는 근거가 공존하고 있다고 봤다.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조항이 강화되며 보조금을 받는 모델이 축소되는 등 수요 둔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업체의 진입이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현지 시장 내 위치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창범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는 "FEOC 규정은 행정명령을 통해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IRA 보조금을 받는 모델이 축소하는 등 전기차 수요 성장세 완화에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AMPC의 경우에는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합의가 필요해 AMPC 수취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조는 (미국) 정당 불문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FEOC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업체 진입이 어려워질 수록 미국 시장 내 당사 입지는 견고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과 관련해서도 북미 시장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전무는 "미국이 중국 전기차 대상으로 관세를 높이면서 주요국도 관세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 환경이 유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관세를 고려해 미국 현지에 진출해야하지만, 양국간 관계를 감안하면 미국 현지 진출이 쉽지 않다"며 "유럽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생산라인 현지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유럽은 중국 현지 생산 대비 높은 인건비와 투자비 증가로 우리와 같은 가격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폼팩터·소재 라인업도 확충…EV LFP 이어 4680·46시리즈 성과 낼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시장 둔화를 계기로 폼팩터, 소재(Chemistry) 등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적기 대응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확충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러한 계획 추진에 따라 르노와 39GWh 규모 셀투팩(CTP)을 적용한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한화큐셀과 4.8GWh 규모의 북미 전력망용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현대차그룹과 첫번재로 합작한 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도 지난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나선 상황이다.
테슬라 등에 납품할 예정인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예정대로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 3분기 말부터 4분기 초 사이 양산을 시작해 차츰 확대 양산(Ramp-up)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노인학 LG에너지솔루션 소형전지기획관리 담당은 "현재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 신규 라인 준비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기존에 언급했듯 합나기에 양산할 예정"이라며 "내부적으로 양산 시점을 가급적 앞당기려 했으나 내부 정비와 고객사와의 일정 협의 등으로 당초 계획처럼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에 납품하는 4680 배터리 외 46시리즈의 신규 고객사 수주 가능성도 거론했다. 노 담당은 "이미 확보된 고객사 외에도 다수의 고객사와 4680 배터리 뿐 아니라 다양한 46시리즈 납품 협의 중에 있으며,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6년 이후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리비안 등과 관련 제품 납품을 협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시장 내 거둘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신근 ESS전지기획관리 담당은 "하반기 ESS 실적은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 공급물량 증가 영향으로 상반기 대비 매출 및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중국 업체를 제외한 올해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도 LG에너지솔루션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 담당은 "ESS 시장 내 수요가 증가할 것을 대비해 내년 상반기 LFP 롱셀(파우치) 배터리 양산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구축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은 주력인 파우치 배터리의 라인업을 LFP와 고전압 미드니켈로 확대해나가는 한편, BaaS(Battery as a Service)·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서비스·소프트웨어 기반 중장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예상보다 어려운 사업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더욱 단단히 구축해 미래 배터리 산업을 이끌 글로벌 선도기업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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