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올림픽 전 종목 석권한 韓 양궁…뒤에 현대차 첨단기술 있었네?

백지영 기자
(왼쪽부터) 김제덕, 이우석, 김우진,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선수. [ⓒ 대한양궁협회]
(왼쪽부터) 김제덕, 이우석, 김우진,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선수. [ⓒ 대한양궁협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70m 떨어진 곳에서 손바닥 크기의 과녁 중앙을 맞추는 것으로 승패가 갈리는 양궁. 고도의 결단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양궁 경기는 올림픽에서 단연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은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혼성전), 여자 개인전, 남자 개인전 등에서 올림픽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따냈다. 양궁 전 종목 석권은 올림픽 역사상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 양궁이 매 올림픽마다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방위 지원도 덩달아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85년부터 40년 간 한국 양궁을 후원하며 혁신적인 기술과 체계적인 훈련방식이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 현대차 후원 이후 눈에 띄는 가장 즉각적인 변화는 첨단기술 장비와 독창적인 훈련방식의 도입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는 초기부터 국내 양궁 훈련장에 LED 스코어보드를 포함한 국제대회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한 시설물을 만들어, 선수들이 국제대회의 중압감과 경기 환경을 완벽하게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했다.

[ⓒ 대한양궁협회]
[ⓒ 대한양궁협회]

이후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총동원해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이다. 이는 상대 선수가 없이도 시뮬레이션 경기를 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슈팅 로봇엔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온·습도 센서가 탑재돼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이후 조준점을 보정하며 평균 9.65점 이상의 높은 명중률을 높인다.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실제 경기 규정인 20초 내에 신속한 조준과 발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바람에 따른 영향 외에는 오차 요소가 거의 없어 슈팅 로봇을 활용한 훈련은 선수들의 실전 감각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 슈팅로봇엔 15인치 터치패널과 바퀴 높이 조절이 가능한 가변형 이동장치가 탑재돼 이용하는 선수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현대차는 또 선수의 동작을 정밀하게 분석해주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도 새롭게 개발했다. ‘360도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통해 머리 위와 정면의 2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여러 각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대한양궁협회]

이와 함께 3D 스캐너와 프린팅 기술로 만든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데 돕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화살의 몸체 부분을 잡는 손잡이(그립)를 선수 개인의 손에 꼭 맞게 제작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휴대용 활 검증 장비도 만들었다.

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선 화살의 장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기존의 장력 측정기는 크고 무거웠다. 이에 3D 프린터로 주요 부품을 제작해 기존 장비 대비 무게를 줄이고, 접이식으로 부피는 줄인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는 미세한 피부색 변화를 감지해 선수들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생체 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올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을 연구 중이다. 슈팅 시 여러 장비의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이후 AI를 활용해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고 장비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같은 첨단기술이 한국 양궁의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과 양궁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 등은 올림픽 금빛 여정의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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