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핀테크 VC 잠시 ‘멈칫’…잠재력 시그널은 계속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 시장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잠재력 긍정 시그널은 계속되고 있다. 투자 금액 자체는 줄었지만, 글로벌 국경 간 거래량이 늘고, 다양한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림 하지 KPMG 인터내셔널 글로벌 금융 서비스 책임자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높은 금리 환경과 세계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벤처캐피탈(VC), 프라이빗에쿼티(PE), 인수합병(M&A) 거래 가치를 포함한 전체 글로벌 핀테크 투자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분기 2287건 거래, 623억달러(한화 약 85조원)이었던 투자 시장이 올해 1분기 2255건 거래, 519억달러(한화 약 71조원)로 감소했다. 거래 금액 기준 16.6% 감소한 수치다.
◆아시아·유럽·미주 주요지역 모두 감소
대부분 주요 지역에서 VC 투자가 감소한 탓이라는 것이 하지 연구원 설명이다. 그는 감소 원인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 및 고금리 등을 이유로 핀테크 투자자가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미주 지역은 거래가 385억달러(한화 약 53조원)에서 367억달러(한화 약 50조원)로, 4.6% 감소했다. 아시아태평양지구(ASPAC)지역에서는 46억달러(한화 약 6조원)에서 38억달러(한화 약 5조원)로, 17.3% 줄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은 191억달러(한화 약 26조원)에서 114억달러로 40.3% 대폭 감소했다.
하지는 “높은 자본 비용, 지역 분쟁과 미국 대선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올해 모든 분야 글로벌 투자 시장에 상당한 장벽이 됐으며, 핀테크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투자자는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새로운 회사를 매수하기보다는 이미 소유한 회사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량은 여전히 굳건, 전자지급결제 시장도 성장 전망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자체에 대한 평가는 낙관적이다. 거래 금액이 줄었을 뿐 투자 규모 자체는 양호한 상황이라는 것이 하지 책임자 해석이다. 전 세계 거래량은 2287건에서 2255건으로 줄었지만, 대부분 EMEA 지역에 한정된 감소세다. 지난해 하반기 EMEA 거래량은 804건에서 올해 상반기 689건으로 감소했으나, 미주 거래량은 반대로 1066건에서 1123건으로 증가했다. ASPAC도 406건에서 438건으로 늘었다.
핀테크와 밀접한 글로벌 전자결제 시장 규모 전망도 긍정적이다. 빅토리아 클레랜드 잉글랜드 은행 이사는 ‘현금 실크로드와 결제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전자지금결제 금액은 지난 2017년 150조달러(한화 약 20경5600조원)에서 오는 2027년 250조달러(한화 약 34경275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G20은 지난 2020년에 국경 전자지급결제 강화를 우선순위로 삼고 로드맵을 개발했으며, 이 로드맵을 바탕으로 지불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접근하기 쉽고, 더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티그룹 ‘국경 간 거래의 미래’ 보고서에서도 전자지급결제 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이 전통 은행 점유율을 가져오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40% 은행이 최소 5% 점유율을 핀테크 기업에게 내줬다. 아울러 핀테크 기업은 향후 5에서 10년 내 89% 은행이 가지고 있는 5%에서 10% 수준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서도 ‘각양각색’ 핀테크 스타트업 눈길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 소식이 들려온다. 스포츠·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이 VC 눈길을 끌며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장 캐디피 간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한 ‘그린재킷’이 지난 2022년 초기 투자에 이어 새로운 자금 유입을 위해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2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운영 중인 캐디피 결제를 향후 그린피 결제 영역까지 확대할 방침으로 골프장 결제 전반에 관여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 분야 핀테크 기업도 눈길을 끈다. 에듀 핀테크 기업 레몬트리도 지난달 프리A 추가 투자 유치해 성공하면서 총 108억원 누적 투자금을 달성했다. 레몬트리는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금융 교육까지 겸할 수 있는 플랫폼 ‘퍼핀’을 출시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핀테크와 디지털자산은 잠재력이 클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중국, 싱가포르,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핀테크 산업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기회 창이 닫히기 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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