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전규제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 등 기존 선택지 재조명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티몬·위메프 사태’부터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에 이르기까지 최근 온라인플랫폼이 여러 경제적·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며 사전규제적 성격 플랫폼 규제 논의가 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규제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국내외 사업자 모두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역동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장 특성상 사전규제는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에서다.
2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랫폼 규제 공정성 그리고 디지털 신보호주의, 쟁점 및 진단’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특별세미나에서 정혜련 경찰대 교수는 “(별도) 플랫폼법처럼 사전규제 형식을 취하는 새로운 법률을 시행하기보다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국내외 온라인플랫폼 기업 모두에 엄중하게 집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작년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달아 내놓는 온라인플랫폼법은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 DMA는 플랫폼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메타(페이스북)·바이트댄스(틱톡) 6곳을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내용이다.
다만 DMA는 미국 빅테크로부터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한국은 자국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차이가 있다. 정혜련 교수는 “DMA는 역동적인 디지털 부문 특성을 간과하고 있어 사전규제 비효율성이 강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도 온라인플랫폼 시장에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현시점에 공정거래법 기본 개정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고 봤다.
박 회장은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신사 입점업체에 대한 부당행위 관련 현장 조사에 나섰다”며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등 이미 작동 중인 규정들이 있는 만큼 섣불리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건 위험하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플랫폼 규제에만 대부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디지털 시장 지원책도 고려해 규제와 혁신 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티메프 사태와 같은 사례를 볼 때 공시 제도 강화를 통해 플랫폼 생태계 내외부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티메프 사태 관련 기업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재무 구조 문제가 잘 알려졌다면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더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법은 최후 수단이지 남용되면 안 되므로 새로운 법보다는 탄력적이고 연성적인 규제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자율규제와 규제법 개정 및 제정 모두 저마다 한계가 있어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문상일 인천대 교수는 “특별법 하나로 모든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기존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온라인플랫폼 규제와 자율규제를 병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플랫폼 분야별 규제 필요성 분석을 통한 규제 차등화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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