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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품었지만 웃지못하는 우리금융 … ‘부당대출’ 검찰 조사 등, 여전히 살얼음판

최천욱 기자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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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결의와 함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시선은 신중하다.

앞서 지난 27일,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손태승 전 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이미 사법적 영역에 들어온 만큼, 우리금융의 최종 인수까지의 여정에 적지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임종룡 회장도 계약체결 발표 직후, 긴급 임원회의에서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앞으로 사업계획의 수립, 금융당국의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며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주의 관련 부서는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28일 이사회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각각 1조2840억 원, 2654억 원 등 총 1조5493억 원에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인수가격은 일각에서는 1조9000억 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우려 보다는 양호한 1조5493억 원으로 결정됐다.

이 때문에 일단 시장에선 이번 인수 조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의 자본비율 부담에 제한적이고 계열사 편입으로 지주 비이자이익 증가,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효과 기대 등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인수 조건만 놓고 내린 분석이고, 손태승 전 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조사결과에 따른 인·허가 리스크를 고려하면 인수의 불확실성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 "일단 인수조건은 긍정적" 증권가, 우리금융 목표주가 상향

하나증권은 이날 우리금융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2만500원으로 상향했다.동양·ABL생명 취득 결정에 따른 ROE 제고 효과를 감안해 목표 PBR을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수에 따른 그룹 보통주 자본(CET 1) 비율 하락 폭은 10bp(1bp=0.01%) 이내로 미미할 전망”이라면서 “양사 순자산가치가 2조3000억 원으로 케이뱅크와 롯데카드 지분투자 8000억 원 등을 감안해도 현 CET 1 자본의 10%인 2조8000억 원을 소폭 상회하는데 그쳐 CET 1 자본 차감이 크지 않는데다 위험가중자산(RWA)은 순자산가치의 250%만 증가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인수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인 약 7500억 원 가량의 염가매수차익 발생이 예상되고, 이러한 염가매수차익 발생이 CET 1 비율 하락 폭을 상당부분 상쇄할 전망”이라면서 “따라서 동양·ABL생명 인수 후에도 RWA 관리 등을 통해 그룹 CET 1 비율을 12% 이상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2분기말 CET 1 비율은 12.03%)된다”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인수를 통해 약 7000억 원대의 염가매수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BIS CET1도 5~10bp 하락에 그쳐 금융지주의 중장기 주주환원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수 이후 당장 금융지주 실적에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지주 편입과 필요할 경우 합병 과정에 증자, 전산 및 인력 통합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수 지연 가능성검찰 수사 등 결과 확정되기전까지 승인 심사 보류 가능성

이번 M&A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도 최종 인수와 관련해선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지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연구원은 “우리금융 측이 동양·ABL생명 취득 결정 공시에서 취득 예정일자를 밝히지 않은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최종 인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있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와관련 “행정 제재 및 금융당국의 인허가 문제가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DGB금융의 하이증권 인수 사례를 들었다.

이어 “검찰 수사 및 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승인 심사가 미뤄질 수 있고, 인수 시기도 내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M&A가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귀책사유에 따른 위약금 조항 등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도 “향후 남은 절차는 금융당국의 승인”이라면서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전임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보험사 인수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점을 인지하고 있는 우리금융도 당국의 승인 등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심사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최천욱 기자
ltisna7@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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