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NH농협금융, '만년 꼴찌' 오명에도… 올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지비와 배당금' 더 는다

강기훈 기자
ⓒ농협은행
ⓒ농협은행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결산에서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국내 5대 금융지주사별로 순위로 보면 꼴찌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미 여러차레 지적받아온 얘기지만, 이는 농협금융 수익중 매년 농협중앙회에 1조원 이상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와 '배당금'으로 뭉텅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이 중 '농지비'는 농촌을 지원하고자 중앙회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계열사에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부과하는 돈을 의미한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제159조의 2)에 따라 농협금융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중앙회에 매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농지비 형태로 납부해야 한다.

물론 중앙회 측은 "농협금융의 설립 취지가 다른 금융지주들과 다르기에 농지비 납부 관행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강변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회 측은 "농협금융 또한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았을 뿐 엄연히 주주회사인 만큼, 중앙회에 거액의 배당금을 납부하는 것 역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은 1조7538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1조7058억원 대비 2.8%(480억원) 증가한 것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그럼에도 농협금융은 이같은 농지비와 배당금때문에 '만년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협금융 앞에 KB금융(2조7814억원)과 신한금융(2조7470억원), 하나금융(2조687억원), 우리금융(1조7554억원)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말 농협금융은 중앙회에 4927억원에 달하는 농지비를 납부했다. 또, 같은 기간 중앙회로 빠져나간 배당금만 6750억원이다.

작년 농협금융이 거둔 2조2343억원의 순이익 중 무려 52.54%인 1조1677억원이 지출된 셈이다.

작년 리딩금융이었던 KB금융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KB금융은 작년 말 4조631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한 배당 총액은 1조1740억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1위인 KB금융이 배당 등으로 지출된 돈이 농협금융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25.34%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농협금융으로선 앞으로가 더 문제다.

'농지비' 부과율을 기존보다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농지비 부과율 상한을 현행 1000분의 25에서 1000분의 50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에만 약 6000억이 넘는 돈이 중앙회 주머니로 들어갈 공산이 크다. 만약 개정안이 올해 통과되다면, 내년부터 농협금융은 최소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중앙회에 납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금'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2020년 중앙회에 배당했던 배당금은 3470억원이었으나 작년에는 6750억원으로 집계돼 약 2배 가량 올랐다. 업계에선 "배당금이 더 오르면 올랐지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농협금융이 지는 부담이 너무 과도하지 않냐"는 지적에 중앙회는 선을 긋고 있다.

농협금융이 비록 2012년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돼 탄생했으나 설립 취지가 다른 금융지주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농촌과 농업 진흥을 위해 탄생했으므로 실적 성장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앙회 관계자는 "농지비는 농협법에 의거해 농협의 고유목적 사업인 농촌 지원을 위해 농협 계열사가 납부하는 분담금"이라며 "농협금융 역시 금융회사이긴 하나 실적만 생각해 농지비를 줄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중앙회에 배당금을 배당하는 것 또한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인식은 농협 내부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협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시장에 상장된 다른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년 수천억원 이상 배당금 명목으로 현금을 지출한다"며 "이에 반해 농협금융은 국내 농업 증진 목적으로 농지비와 배당금을 중앙회에 납부하므로 전혀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나름 고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고 은행 또한 그룹사 실적에 잘 기여하고 있다"며 "다만, 앞으로 농지비와 배당금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에 실적 저하나 건전성 악화에 대해선 농협금융과 중앙회 측에서 고민을 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