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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태클 말고도… 우리금융, 보험사 M&A '첩첩산중', 고용승계 벌써 진통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직격'이 아니더라도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합병(M&A) 과정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임종룡 호(號)'를 향한 금융당국의 날 선 시선에 우리금융의 보험사 M&A가 난관에 직면한 가운데, 이 같은 정책 리스크를 뚫고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후 고용승계는 물론 화학적 결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추후 이들의 통합 작업 과정에서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생명보험사를 비효율적으로 굳이 두 개로 따로 운영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애초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향후 이들의 통합을 염두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물리적 통합은 예고된 수순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용승계 문제다.

이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노동조합은 우리금융이 인수를 결의하기 전부터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고용승계 등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통합할 경우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그룹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와 KB금융그룹의 KB라이프생명도 각각 통합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희망퇴직 등의 형식으로 인력 재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화학적 결합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동양생명이 ABL생명을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이런저런 불만이 제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 사례의 경우, 각각 통합 당시 인사 통합문제 등으로 내부 갈등이 적지 않았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과의 화학적 결합이 여의치 않은 이유로, 두 회사간의 실적 격차가 꼽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어느정도 실적이 뒷받침 되는 보험사로 그간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등에 문제가 없었지만, 실적이 낮은 ABL생명과 합병될 경우 전체적인 성과급 파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ABL생명 임직원들은 이번 M&A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동양생명 직원들은 마냥 달가워하지는 않다는 후문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으론 "우리금융이 아무리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자주 일어날지언정 금융지주 소속 계열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일반 금융사보다 더 까다롭기 마련이라 보험사 직원들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근무 여건이 더욱 안 좋아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주력 상품의 포트폴리오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물리적인 합병의 난제로 지목된다. 동양생명은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반면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60%를 상회한다. 상품 구성이 상이해 규모의 경제가 쉽지 않다.

한편 우리금융이 이번 보험사 인수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에 사전 언질도 없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법인 부당대출 사건 파문 등으로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통과할 수 있을진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로선 금융 당국의 인·허가 리스크를 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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