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왕좌 복귀했지만 속타는 KB금융… 인니 'KB뱅크' 정상화 여전히 난항, 근본적 해법못찾나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을 제치고 다시 리딩금융 왕좌에 복귀했던 KB금융이지만 해외시장에선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네트워크중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은 인도네시아에선 KB금융그룹내 계열사간 실적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등 긴장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KB금융그룹내 증권계열사인 KB증권의 경우 인도네시아 법인이 흑자를 기록해 그룹사 이익에 기여한 반면 KB뱅크(옛 부코핀 은행)는 적자가 확대돼 부진을 겪고 있다.

더욱이 KB뱅크의 경우,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인도네시아는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부실채권 최소화 등 자산 건전성 관리가 여전히 중차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금융지주(회장 양종희)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골고른 실적으로 2조78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금융지주 중 1위를 기록함으로써 2위인 신한금융(2조7470억원)과 345억원 가량 격차를 벌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5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85억원과 견줘 19%(3526억원) 감소했지만 국내 은행권에서 홍콩 ELS 사태를 직격으로 맞은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이다.

KB증권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2521억원에서 3761억원으로 50.7%(1240억원) 증가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KB손해보험도 5252억원에서 5720억원으로 8.9%(468억원) 불어났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해외법인간 실적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은 31억1300만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전년 동기 18억5561만원보다 77.3% 증가했다.

이같은 KB증권의 선전은 타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진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상반기 19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보였으며,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13억9300만원, 10억9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KB증권이 인도네시아에서 약진한 데에는 IB(투자은행)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KB증권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인도네시아 법인 내에 IB본부를 설치했다. 영업력이 확대된 효과로 IB부문 '딜'이 기존 1개에서 본부 설치 후 8개로 늘어났다.

반면 인도네시아 현지의 KB뱅크( 옛 부코핀은행)는 같은 기간 적자 폭이 505억원에서 1868억원으로 3배 가량 크게 확대됐다. 부실 자산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강남채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2022년 기준 KB뱅크가 갖고 있는 부실 자산이 35조 IDR(약 3조원)에 달했는데 이번 상반기 11조 IDR까지 떨어졌다"며 "충당금을 적립해 부실을 충분히 털어냈으며 순조롭게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 또한 "부실 자산을 매각하면 비용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손실로 잡힌다 "며 "매년 부실 자산을 매각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뱅크는 지난 2020년 부코핀 은행의 최대주주에 등극한 뒤 여러 차례 재무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금융계 일각에서는 KB금융의 목표인 '2025년 KB뱅크의 흑자 전환'이 현재로선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고, 연체율 및 부실채권의 증가로 그 후폭풍이 은행권에 직접 미치고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월 연 5.5%였던 인도네시아 기준금리는 현재 6.25%까지 치솟은 상태다.

금리 수준 등 현재 인도네시아의 매크로(거시경제) 지표만 놓고보면, 자칫 KB뱅크의 정상화 과정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B뱅크가 충당금을 쌓고 부실을 털어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수익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KB뱅크의 부진한 실적이 장기화될 경우, 부코핀은행 인수 당시 의사결정을 놓고 KB금융그룹 내부의 책임론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그룹에선 부담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인 KB뱅크가 부실 자산을 어느정도 털어낸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대외적인 악재가 여전히 남아있어 흑자 전환을 내년에 확실히 달성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